[베이징 다이어리]'메이드 인 차이나'는 죽지 않는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는 저가·저품질 제품의 대명사로 통했다. 동시에 도처에 깔려있어 우리 생활에서 걸러낼 수는 없는 생필품의 출신 성분이기도 했다. 종로 인사동 기념품 가게 매대의 열쇠고리에서도, 명동 길거리 좌판의 양말이며 목도리에서도, 설악산 등산로 입구의 안마봉에서도 지울 수 없는 공통된 표식. 중국산 물건의 위상은 십수 년 이상 딱 그 위치에 있었다.

26일 개막한 2024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산 제품이 또다시 주목받는 듯하다. '자유'의 상징인 파리올림픽의 마스코트 '프리주' 인형은 100개 중에 80개꼴로 중국에서 왔고,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나머지 20개마저도 원자재는 중국산이다. 현지 기념품점에서 판매되는 각종 기념 모자와 티셔츠, 액세서리, 응원봉, 에펠탑 기념품 따위도 뒷면엔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적혔다. 어디서 만들어도 만들 수는 있지만, 안정적 공급과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는 중국을 아직 따라올 곳이 없는 모양이다.

[이미지출처=UPI연합뉴스]

중국산의 공습은 이 조악한 물건들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 스포츠 브랜드 업체 훙솽시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일곱 번째로 올림픽에 탁구대를 제공했는데, 칩이 내장돼 일곱 가지 무지개색을 연출할 수 있는 조명시스템이 적용됐다. 선수들이 등장하거나 경기가 종료된 뒤엔 독특한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고 한다.

축구 공인구 역시 장쑤성 소재 중국 기업인 화이안이 센서와 칩 실시간 감지를 통해 1초에 500개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선수의 손에 볼이 맞았는지, 오프사이드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정확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공이다. 유도와 레슬링 경기용 스포츠 매트도 '메이드 인 차이나'다. 매트에는 역시 칩이 내장돼 있으며, 표면에는 최초로 나노 방오·항균 코팅 기술이 적용됐다.

이밖에 중국 소닉합성기술은 고성능 수중익선(hydrofoil) 장비 제조를 위한 전체 산업망을 갖춘 세계 유일의 회사로 윈드서핑 장비를 공급했고, 스포츠 바닥재 업체 잉리는 탁구와 농구 경기장 바닥재 시공을 맡았다.

궈리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연구소 소장은 "스포츠 시장에서 '중국제조(中國制造)'는 '중국지조(智造)'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최근 몇 년간 첨단 기술 역량과 산업 및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힘을 쓰고 있는 미국과 그에 대체로 동조하는 유럽연합(EU)의 한계는 이번 올림픽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세계 평화와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을 위해 열리는 올림픽에서 중국은 가격과 기술 경쟁력으로 인프라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죽지 않는다.

국제부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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