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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산모와 출생아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가장 낮은 산모의 나이대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출산하기 가장 좋은 나이대는 30대 초반이었다.
지난 21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오수영·성희지 교수)와 임상역학연구센터(조수희·김단비 교수) 연구팀은 최근 초산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출생아와 산모의 건강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첫 번째 출산의 최적 나이를 30대 초반으로 꼽았다.
연구는 2005~2019년 동안 첫 아이를 낳은 여성 368만5817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토대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첫 아이를 낳은 산모의 나이를 ▲24세 이하(15만818명) ▲25~29세(84만5355명) ▲30~34세(173만8299명) ▲35~39세(78만7530명) ▲40~44세(15만1519명) ▲45세 이상(9296명) 등 6개 그룹으로 나눠 관찰했다.
연구진들은 대체로 첫 아이를 낳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임신 합병증 등 산모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24세 이하 산모에서는 임신성 고혈압 발생률이 2.5%였으나, 45세 이상에서는 10.2%로 4배 높아졌다. 제왕절개 수술률도 24세 이하는 29.5%였던 것에 반해, 45세 이상에서는 74%로 2배 이상 높았다.
정해진 주수보다 빠르게 출산하는 조산의 상대 위험도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24세 이하(16%) ▲30~34세(7%) ▲35~39세(26%) ▲40~44세(55%) ▲45세 이상(85%)이었다. 출생아에게 자폐가 나타날 위험도 24세 이하는 18%인 것에 반해 45세 이상은 54%였다. 고령 산모의 경우 자녀에게 자폐가 나타날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반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인지발달 지연은 24세 이하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았다(43%).
연구진들은 위 내용을 종합한 결과 첫 출산의 최적 나이를 30대 초반으로 꼽았다. 다만 위 연구는 출생아 아버지의 나이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오 교수는 "산모의 나이뿐 아니라 출생아 아버지의 나이도 출생아의 장기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이미 해외 연구들에선 잘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령 초산모를 35세 이상의 나이에 첫 임신을 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35세 고령 산모 비율은 2015년 27.0%에서 2022년 42.3%로 대폭 증가했다. 이에 서울시는 35세 이상 임산부들의 산전 관리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출산을 돕기 위해 분만예정일 기준 35세 이상 임산부들이 소득과 관계없이 임신 기간 중 산모·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외래 진료, 검사비를 임신 회당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연임신 성공률은 35세에는 29%이며, 39세에는 25%, 40세에는 22%, 41세에는 18%, 42세에는 15%로 급격히 감소한다. 나이가 들면서 임신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는 나이를 먹을수록 난자의 양과 질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