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2>

편집자주문화재 속에는 실로 다양한 동물이 등장한다. 호랑이, 거북이, 사슴, 원숭이 등 실제 존재하는 동물에서부터 용이나 봉황처럼 상상 속 동물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동물들을 볼 수 있다. 이 중에는 동양판 '천둥의 신' 토르라고 할 수 있는 뇌공신, 거북 몸통에 스님 얼굴을 가진 화상어, 두 개의 사람 머리가 달린 환상의 새 공명조, 등에 기묘한 무늬가 새겨진 용마 등 보는 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생명체도 있다. 이런 숨겨진 환상동물들을 통해 우리는 선조들의 창조적 상상력을 엿볼 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새로운 융복합 문화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자 수 1011자.

가릉빈가(迦陵頻伽)는 기본적으로 사람 얼굴에 새의 몸을 한 인면조신(人面鳥身) 도상이다. 이는 가톨릭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천사나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의 신 큐피드(Cupid)를 연상케 한다. 가릉빈가가 동양문화 속 인면조신의 대표라면, 서양에서는 천사와 큐피드가 아이콘인 셈이다.

사람과 새가 합쳐진 환상 속의 인면조신 이미지는 동서양을 통틀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화현상으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인 <산해경(山海經)>에는 '우강(?彊)'이라는 신이 등장하는데, 사람 얼굴에 새의 몸을 하고 양쪽 귀에 뱀을 건 모습이다. 이와 함께 고대 도교 경전인 <포박자(抱朴子)>에도 <산해경>의 신과 같은 형상을 한 '천추(千秋)'와 '만세(萬歲)'가 등장한다. '만세'는 삼국시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인면조신 이미지는 조선 후기 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 대표적 예는 문자와 그림이 조화를 이룬 문자도(文子圖)를 들 수 있다. 문자도는 본디 중국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지만 이를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조선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문자도를 제작함으로써 자신이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지길 빌었다. 옛사람들은 문자에 주술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바로 문자가 의미하는 대로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현재도 아기가 태어날 때 좋은 이름을 짓고자 발을 동동 구르며 동분서주하는 부모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이 이름을 고쳐 앞날을 바꾸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즉 문자도란 문자에 회화 요소를 첨가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유교의 나라 조선을 표방하는 문자도의 대표적인 사례는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를 표현한 '유교문자도', 혹은 '효제문자도'라고 불리는 작품들이다. 유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여덟 덕목에 맞는 다양한 도상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주목하는 글자는 바로 믿을 신(信) 자다.

-김용덕,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 담앤북스, 1만6800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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