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원기자
정부가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다음 달부터 '전 국민 마음 투자 사업'을 시작한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총 100만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올해 8만명부터 시작해 임기가 종료되는 2027년 50만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 정부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 민간 기관과 함께 대국민 캠페인도 전개해나간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날 오전 개최된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혁신위원회 1차 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정신질환 당사자·가족, 정신과 의사·간호사, 심리학자, 상담학자, 사회복지학자, 경찰, 소방관 등 각계각층에서 위촉된 혁신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정신건강 정책의 대전환을 위한 세부 이행 계획을 논의했다.
장 수석은 "정부가 발표한 정신건강 정책 혁신 세부 이행 계획은 역대 정부 처음으로 당사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관련 학회를 통해 의료, 심리, 상담,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담아 만든 이행 로드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예방 분야의 핵심 사업으로 '전 국민 마음 투자 사업'을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점"이라며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을 느끼는 국민들께서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전문가로부터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개인이 심리 상담을 받으려면 민간 심리상담센터에서 자비로 해야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일상에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거나 건강검진, 학교, 직장에서 심층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정하는 경우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담 서비스는 8회 기준으로 제공된다. 1회당 가격은 약 8만원 정도로, 소득 수준에 따라 자기부담금은 최대 30%까지 차등 부과된다. 취약계층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오는 10월부터는 온라인으로 상담을 신청할 수 있는 창구도 개설 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올해 8만명부터 시작해 내년 16만명, 2026년 26만명, 2027년 50만명으로 단계적으로 늘려나가, 현 정부 임기 내 총 100만명에게 제공한다. 사업 1~2년 차에는 위기 징후가 있는 환자들에게 우선 지원하고, 3년 차부터는 일반 국민들로 확대한다.
장 수석은 "초기 우울증의 경우 상담과 약물 치료 등을 병행하면 자살 시도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조기 개입을 통해 중증으로의 진행을 예방하고 조기에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또 하나의 사회안전망이 도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살 시도나 폭력 위험성이 높은 환자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와 경찰이 합동으로 대응하는 정신응급 체계도 정비한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 34개 위기개입팀(204명)이 운영되고 있지만 낮은 처우와 인력 부족으로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응급환자를 치료할 정신응급센터도 부족하다.
정부는 위기개입팀의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권역 정신응급센터를 3배 정도 늘리는 동시에, 병상도 점진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원을 102명 정도로 늘려 올해 306명 정도로 확충하고 수요를 보며 더 확대할 생각"이라며 "주말 근무 수당 등도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정신질환은 치료가 가능하고, 치료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전 사회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대국민 캠페인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혁신위 밑에 별도의 전문위원회를 두고 중장기 홍보 전략을 수립하고 신규 슬로건도 제작할 것"이라며 "정부 힘만으로는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 협력을 통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사업에는 총 3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수석은 "정신건강 문제를 국가의 핵심 정책 과제로 삼아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정신 건강에 대한 투자는 국민 행복뿐 아니라 국가의 생산성과 직결돼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높은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해 6월 말까지는 전공의들의 사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직 처리 시한을 특정하지 않다 보니까 병원 측에서 언제까지 사직할지 말지를 좀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정부 입장에서 결국 목적은 가급적이면 한 분의 전공의라도 더 돌아와서 수련을 이어나가기를 바라기 때문에 사직 여부를, 병원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 어떤 추가 방안이 있을지 고민하는 그런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