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비수술 트랜스젠더(성전환) 수영선수 리아 토머스(25·미국)가 여자부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CAS의 판단에 따라 토머스의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하다"며 토머스의 패소 소식을 보도했다. CAS는 이날 "토머스는 국제수영연맹이 만든 정책에 이의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토머스는 현재 미국수영연맹 소속 회원이 아니다. 따라서 국제수영연맹이 주관하는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토머스는 제도가 완전히 정비될 때까지는 '비엘리트 부문' 경기에만 출전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즉 토머스는 국제대회뿐 아니라 미국수영연맹이 주관하는 '엘리트 부문 여자부' 경기에도 출전할 수 없다. 다만 이번 CAS의 판결은 과학적 논란을 배제한 채 토머스가 세계수영연맹의 트랜스젠더 정책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춰 '반쪽짜리'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국제수영연맹은 2022년 6월 "12세 이전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만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12세 이전에 수술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그 나이 때 수술을 받는 게 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성전환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금지한다는 의미다. 이전까지는 규정상 성전환 선수도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를 기준 이하로 유지하면 여자부 경기 출전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남성 사춘기를 거친 여성 트렌스젠더 수영선수는 약물을 통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춘 후에도 지구력, 힘, 속도, 근력, 폐 크기 등 상당한 신체적 이점을 유지하게 된다.
국제수영연맹이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토머스도 2022년 6월부터는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고, 이 때문에 토머스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CAS도 토머스가 아닌 국제수영연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제수영연맹은 성명을 통해 "여성 스포츠 보호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인정받았다"며 "우리 연맹은 모든 선수가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얻는 환경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트렌스젠더 및 젠더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자로 태어나 '윌리엄 토머스'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던 리아 토머스는 2019년부터 여성이 되기 위해 호르몬 요법을 받았다. 2020년에는 개명을 하고 수영 여자부 경기에 출전했다. 당시에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가 '남성 호르몬 억제 치료를 1년 이상 받은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을 허용했기 때문에 리아 토머스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수영팀 여자 선수가 될 수 있었다. 남자 선수 시절 나이별 미국 랭킹이 400~500위였던 리아 토머스는 2022년 3월 미국대학선수권 여자 자유형 500야드에서 우승하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특히 여자 대학 선수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의 동료 가운데 한 명은 "남자 생식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지 않는 리아 토머스와 같은 라커룸을 쓰는 게 끔찍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성 정체성 선수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자, 세계 수영 연맹은 출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트랜스젠더 선수들을 위해 새로운 부문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수영 월드컵 대회에서는 '모든 성별과 성 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 선수들을 위한 부문을 신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과 함께 열릴 예정이었던 전 종목 50m와 100m 레이스에 단 한건의 참가 신청도 들어오지 않아 레이스가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