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쳤다'…온투업, 살길 찾아 외연 넓히나

온투업, 기관투자 하세월에 업황 악화
스탁론·초단기 상품 등 라인업 다변화
신용평가모델 공급으로 신사업 '박차'

고사 위기에 빠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계가 신상품·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서민 대출에 의존하던 온투사들이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자체 개발 신용평가모델(CSS)을 다른 금융사에 공급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1위 퍼플펀드를 운영하는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는 주식매입자금대출(스톡론) 연계투자상품 출시를 예고했다. 스톡론 연계투자란 증권사 계좌를 담보로 한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오는 19일 법인 대상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사전 투자자를 모집한다. 투자 기간은 6개월이고, 연 8%(세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온투업계는 초단기 상품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자금을 단기적으로 굴리려는 투자 수요에 발맞추는 것이다. 와이펀드의 카드매출 선정산 투자상품은 투자 기간이 단 하루다. 수익률은 연 12%로 연 3% 수준인 일반 파킹통장보다 금리가 높다. 이 상품은 카드 가맹점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선정산을 받은 뒤 카드사가 결제대금을 지급하면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카드사는 일반적으로 영업일 기준 2~3일 후 가맹점에 카드 매출을 정산해 준다.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는 1~5일 만기 카드매출 선정산 투자상품을 하루 평균 10억원씩 공급하고 있다. 수익률은 연 12%에 달한다. 데일리펀딩은 티몬·위메프·에이블리 등에 입점한 판매자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투자상품을 선보였다. 투자 기간은 한 달로, 수익률은 연 8%대다.

이 같은 투자상품 라인업 다양화로 온투업계의 부동산·가계대출 비중이 1년 새 크게 줄었다. 지난해 5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담보대출은 전체 대출잔액의 70%에 달했지만 지난달엔 10%포인트 줄어든 60%를 기록했다. 개인신용대출 비중도 지난해 5월 13%에서 지난달 8%로 5%포인트 감소했다. 이와 달리 담보대출(부동산 제외)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28%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3%) 대비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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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온투사는 CSS를 활용한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AI)·머신러닝 기술을 토대로 고도화한 자사 CSS를 다른 금융사에 제공하고 구독료를 받는 방식이다. 온투사들은 사업 초기부터 CSS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였는데, 온투업 사업구조의 핵심이 대출 자동화이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CSS를 통해 불량한 대출자를 걸러내고 합리적인 대출금액·한도를 산정하도록 했다.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는 롯데카드·전북은행·SBI저축은행 등 금융사 8곳과 리스크 관리 솔루션 ‘에어팩’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19곳과 시범서비스 운영 및 성능검증을 완료했다. 신용거래가 필요한 렌털 업체나 대형 핀테크(금융+기술) 기업과도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윙크스톤파트너스는 향후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신용평가 전문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데이터가 부족한 동남아시아 등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온투사가 신상품·신사업에 적극적인 건 업황이 악화해 생존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상위 4곳(피플펀드·8퍼센트·투게더펀딩·어니스트펀드)의 지난달 말 기준 연계대출잔액은 총 4752억원으로 지난해 5월 6065억원보다 21.6% 줄었다. 업계 호황이던 2022년 5월(8406억원)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PF 대출 리스크가 커진 데다, 3년 묵은 숙원사업인 국내 금융기관 투자 유치가 계속해서 미뤄져서다. 금융기관 자금이 들어오면 조달비용을 줄이면서 개인신용대출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온투업계 관계자는 “강한 규제에 대규모 투자·대출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규제 해소만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흑자 전환을 못하면 내년부터 폐업 수순을 밟을 수도 있어 배수진을 치고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며 “지난해엔 신사업 수익이 거의 없었지만 올해 하반기엔 억대 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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