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받은 시신으로 돈벌이 하나…유료 강의 논란의 전말(종합)

운동지도자 대상 카데바 강의 논란
일각선 '기증 시신 영리화' 의혹도
업체 측 "수익 사업 아냐, 규정 준수"

의료인 훈련·연구 목적으로 기증되는 시신인 '카데바(Cadaver)' 해부 실습을 유료 강의로 제공하는 한 기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강의 대상자가 의료인이 아닌 헬스 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 등 '운동지도자'라는 점에서 카데바를 영리화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업체 측은 이런 논란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카데바 해부학 실습 참관에는 별다른 자격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지도자 대상 '60만원 카데바 클래스' 도마 위

논란이 된 웹사이트 수강생 모집 페이지 [이미지출처=힐리언스 랩 캡처]

논란은 지난 9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시작됐다. 민간 기업인 '힐리언스 랩 아카데미'(힐리언스)가 가톨릭대 응용해부학연구소와 공동 주관하는 '카데바 클래스'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이날 SNS 등에는 힐리언스 랩의 강의 홍보 페이지 캡처 사진이 올라왔는데, 오는 23일 열릴 예정인 해부학 클래스 소개하는 내용이다. 강의 대상은 '운동지도자'이며, 수강료는 60만원이다. "국내 최고 수준 카데바 실습 시설을 갖춘 가톨릭대 성모병원에서 현직 해부학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진행한다"는 문구도 있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가톨릭대와 힐리언스 랩이 카데바를 영리화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카데바는 의료인의 훈련, 연구 목적으로만 쓰일 수 있으며, 사용 용도는 기증자의 생전 확고한 동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후기 강의 내용을 두고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이미지출처=힐리언스 랩 캡처]

해당 강의의 '후기'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공익을 위해 자기 시신을 내놓은 기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홈페이지의 후기 란에는 "트레이너라면 필수", "이렇게 상태 좋은 카데바는 처음", "카데바를 핸즈온으로 경험한 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는 얼마나 될까" 등 문구가 있었다. 또 힐리언스 랩 또한 "프레시 카데바"를 실습 교재로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수익 사업 아냐, 해부 실습 윤리 교육도 철저히 준수"

그러나 힐리언스 랩이 카데바 취급 관련 규정을 위반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연합뉴스'는 보건복지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현행법상 해부 행위에 대해서는 (자격이) 엄격하게 제한됐지만, 참관에는 제한 규정이 없다"고 전했다.

힐리언스 랩 측도 해당 강의는 수익 목적으로 주최된 게 아니며, 수강생들은 해부학 실습 '참관자' 자격으로 참가했다고 강조했다. 힐리언스 랩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힐리언스 랩은 수강생을 모집하고 강의는 가톨릭응용해부학연구소에서 진행한다"며 "시설 사용, 카데바 등 가톨릭의대에서 진행되는 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만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해부학 실습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또 해부학 클래스는 실제 해부학 교수의 지도 아래 이뤄지며, 일반 해부 실습과 마찬가지로 시신에 대한 예의를 공유하고, 해부 실습 현장에 적용되는 윤리 교육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보 문구에 쓰인 '프레시 카데바'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쓰이는 가치중립적인 용어이며, 카데바 클래스는 힐리언스 랩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기관에서도 시행 중이라고 한다.

기증된 시신, 유가족에도 민감한 주제

연구 목적으로 기증되는 카데바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해부학의 이해를 돕고 의료인을 훈련시켜 공익을 도모한다는 숭고한 의미를 담고 있으나, 자칫 부주의하게 취급하면 고인과 유가족을 모욕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정부가 카데바를 의대 간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을 제안하자 유가족을 중심으로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지난 3월 21일 당시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 1년간 기증되는 카데바는 1200구 정도인데 실제 의대에서 활용되는 카데바는 800구 정도다"라며 "기증자가 특정 기관을 지정해 그 기관에만 활용하다 보니 다른 기관은 경로가 막혀 있다"고 했다.

이후 카데바 기증자 유가족들은 항의문을 냈다. 연세대 의대 출신인 맹호영씨를 비롯한 6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 혹은 부모님의 몸을 사후 연세대 의대에 연구,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기를 서약한 본인 혹은 가족이다"라며 "마치 어떤 물건의 재고가 있어 나눌 수 있듯 '남는', '공유'라는 표현은 하실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부학은 갓 시작한 의대생이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두려움을 배우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시신 처리와 교육 준비과정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되며 대중에게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라고 질타했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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