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원기자
코스닥 상장사 바이온의 전환사채(CB)가 대규모 주식으로 전환된다. 기존 주식 총수의 10%가 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예정이다. 바이온 측은 CB 보유자들을 위해 전환기간까지 늘려줬다. 반면 기존 주주들은 주가 희석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이온은 38억원 규모 제39회차 CB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고 공시했다. 전환가는 892원으로, 새로 발행될 주식 수는 426만86주다. 현재 바이온 발행주식 총수의 10.5%에 해당하는 대규모다. 신주 상장예정일은 오는 18일로, 3거래일 전인 오는 14일부터 권리공매도가 가능해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CB는 2021년 6월4일 80억원 규모로 발행된 사채다. 발행 목적은 운영자금 40억원, 타법인 인수자금 40억원이었다. 다만 타법인 인수는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아 40억원을 예금상품에 보관하고 있다고 바이온은 공시했다.
바이온은 이 CB 중 38억원어치를 재매입해서 들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이 CB를 재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CB를 매입하기로 한 법인들은 계약금 10%만 내고 잔금 지급을 계속 미뤘다.
결국 1년 넘게 잔금 납입이 지연되다가 CB의 만기 하루를 남긴 지난 3일 인수 계약이 마무리됐다. 이 CB의 전환가능 기간은 원래 지난달 3일까지였는데, 바이온은 전환 기간까지 변경해주는 편의를 제공하면서 이 CB를 재매각했다.
이 CB를 인수하는 곳은 케이지대부, 유니언제이라는 법인이다. 각각 CB 액면가 기준 20억원, 18억원을 사들였다. 이들은 액면가에 8.95% 프리미엄을 더해 41억4000만원에 이 CB를 매입했다. 전환 주식수로 나누면 주당 평단가는 972원 수준이다.
이들이 CB를 인수할 즈음해서 바이온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4월17일 장중 723원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지난달 30일 1300원대를 뚫기도 했다. 지난 5일 기준으로도 1100선 안팎에서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돼 상장되는 시점까지 주가가 이 수준을 유지하면 케이지대부와 유니언제이는 단기간에 13%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케이지대부와 유니언제이의 대표자는 최진원씨로 동일 인물이다. 1987년생인 최 대표는 알투스홀딩스, 비엔에이치투자 등의 대표를 지내며 여러 상장사에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에이알씨코리아로 리더스기술투자(현 플루토스)를 매각할 당시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바이온은 이번 CB 외에도 15억원 규모의 곧바로 전환될 수 있는 제40회 CB가 남아 있다. 지난 3월부터 전환가능기간이 도래했고 주식으로 전환되면 총 133만5707주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 현재 주식 총수 대비 3.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게다가 최근 발행한 105억원의 CB도 있어 내년 전환시기가 도래하면 전체 주식의 30%에 넘는 신주가 또 시장에 쏟아질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