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잇따른 알뜰폰 사업 진출에…업계 '출혈경쟁 주의보'

국민은행 이어 우리은행도 알뜰폰 사업 추진
금융권 "대형은행 진입 많을수록 시장 파이↑"
알뜰폰 중소사업자 "경쟁 가능할지 우려"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금융권은 새로운 사업자 등장이 알뜰폰 시장의 파이를 늘릴 수 있다고 보는 반면, 기존 알뜰폰사업자들은 출혈경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LG유플러스를 알뜰폰 망 도매제공을 위한 우선협상사업자로 선정하고 다음 달 중 계약을 체결한다. 우리은행은 신사업추진위원회 조직을 꾸리는 등 하반기 알뜰폰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KB국민은행이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알뜰폰 사업에 대한 부수 업무를 정식 인정받으면서 그 통로가 열렸다. KB국민은행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2019년 4월 부수 업무로 알뜰폰 사업을 이용해 금융·통신 결합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KB국민은행의 이동통신서비스 KB리브모바일은 현재까지 총 4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과 IT를 결합한 혁신 금융을 선보임과 동시에 고객 데이터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장기적인 수익성 제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은행권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은 이동통신3사와 비교해 가격 경쟁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시장에 대형 플레이어가 많아질수록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알뜰폰 시장 파이 역시 확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알뜰폰사업자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자본력 있는 금융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이 부수업무 지정 당시 도매대가 90% 이상의 요금제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갖고 있는 자본을 바탕으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사업을 하는 경우가 없도록 공정경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늦어도 8월까지 망 도매대가 90% 미만 상품 4종의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만이 문제는 아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요금제를 원가 이하로 만들지 않더라도 은행은 신뢰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프로모션을 강하게 할 수 있다"며 "마케팅 경쟁에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 은행권을 직·간접적으로 제재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가입자 수 추이나 중소사업자로부터의 번호이동이 적은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아직 개입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IT부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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