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수기자
신세계건설이 6500억원의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껐다. 모회사인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에 대규모 신용공여를 하는 방법으로 측면 지원에 나섰고, 이자 수익을 얻으려는 증권사들이 이마트를 믿고 영구채를 모두 인수하면서 빅딜이 성사됐다.
신세계건설은 이번 거래로 부채비율을 큰 폭으로 떨어트리는 등 재무개선에 일부 성공했다. 하지만 매년 460억원의 규모의 이자 부담이 발생하는 데다 차입금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신용도 개선 등의 실질적인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건설의 자본확충 성공에는 이마트의 측면 지원이 힘을 발휘했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영구채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4개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확충 약정을 제공했다. 신세계건설이 원리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면, 이마트가 부족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일종의 보증이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와의 합병, 계열사의 사모채 인수 등에 이어 신세계건설에 대한 그룹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마트의 신세계건설 지원에 증권사들도 화답했다. 이번 자금 조달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이마트의 신용도를 믿고 대규모 영구채 인수에 나섰다. 이마트가 최근 적자로 전환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AA-등급을 보유한 우량한 회사라는 판단이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노리고 영구채를 인수했다. 이마트의 신용도로 발행된 연이자 7%대의 고금리 채권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것이다. 매입한 채권을 그대로 보유할 경우 연 460억원 규모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구채를 자산유동화로 시장에 매각(셀다운)해도 연 200억원 이상의 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과거 수익성이 높았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신용공여를 많이 늘리지 못하면서 대안으로 대기업 신종자본증권 등의 고금리 채권에 대한 투자와 신용공여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마트의 신용도로 발행된 7%대 영구채는 위험 대비 수익성 측면에서 투자 매력도가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신세계건설은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65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게 된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신세계 측은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에 807%에 달했지만, 이번 자본 확충으로 200% 미만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차입금 만기, 미분양과 공사비 급등, 미착공 사업장 우발채무 등으로 인한 유동성 부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건설은 "재무 여건 안정화를 바탕으로 스타필드 청라 건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과 같은 수익성 높은 사업을 지속 수주하는 등 실적 개선 작업을 착실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영구채 발행만으로 신용도 상승 등의 실질적인 재무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채비율을 큰 폭으로 낮추지만 이자 비용과 차입금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건설은 영구채 이자로 매년 460억원의 이자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이자 지급을 한 번 누락하면 다음 이자 지급 시기에 2회분의 이자에 밀린 기간만큼의 이자를 추가로 붙여 투자자들에게 줘야 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이 지난해 23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460억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은 적은 부담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실질 차입금도 늘어난다. 영구채는 회계상으로는 자본이지만, 상환 강제성이 높아 신용도 평가에서는 상당액을 차입금으로 간주한다.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영구채는 만기가 영구적이지만, 3년 후에 조기 상환(콜옵션 행사)하지 않으면 이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다. 콜옵션을 행사해 6500억원을 모두 갚지 않으면 2.50%포인트(P)를 붙여 총 9.5%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해가 바뀔 때마다 3%P, 3.5%P, 4%P가 추가되면서 이자 부담이 계속 증가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이 신용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은 콜옵션 행사까지 3년간 실적과 재무적 체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