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개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키우는 '고양이 왕국' 일본에서는 최근 노묘 케어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나이 든 고양이를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보살피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인데,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시장 진출을 선언하는 등 관심이 뜨겁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고양이 사육수 900만마리가 넘는 일본에서 최근 노묘 케어 서비스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의 AI 스타트업 '라보'는 고양이 목에 채우기만 하면 어디서든 내장 카메라로 주인이 고양이를 지켜볼 수 있는 '캣로그'라는 단말기를 판매한다. 라보는 이달 중 단말기에 고양이의 수면을 분석하는 기능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AI로 고양이 3만 마리의 병력과 수면 데이터를 학습, 단말기의 센서로 고양이의 수면 시간을 재고 데이터와 대조해 적절한 상태인가를 판단하게 된다. 수면 시간에 변화가 있으면 주인의 스마트폰에 알림을 보낸다.
캣푸드를 판매하는 기업 유니암은 이달 신장이나 장내 환경 케어에 특화된 간식 4종류를 출시한다. 고양이의 요로 감염증 위험을 낮추기 위해 크랜베리 영양소를 배합시키고,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키는 올리고당과 비피두스균도 넣었다.
또 다른 기업 케어로지는 고양이의 표정을 읽어내 통증 유무를 판별한다. 대학과 공동으로 연구를 실시, 고양이 얼굴 사진 6000매를 모아 AI에 학습시켰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촬영한 고양이 이미지를 통해 고양이의 상태를 판별하는 시스템이다. 가령 고양이 귀가 바깥쪽으로 돌아갔거나 입꼬리가 타원형으로 부풀어있는 경우 '고양이가 중간 정도 강도의 아픔을 겪고 있다'고 판단한다.
닛케이는 이런 노묘 서비스 확산은 고양이 사육 수 증가와 맞물린다고 분석했다. 이미 일본 내 고양이 사육두수는 2014년 842만마리로 개 820만마리를 역전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고양이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외출 기회가 줄어 반려동물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키우기엔 개보다 손이 덜 간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사육되고 있는 고양이는 906만마리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이는 개보다 222만마리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 기술 등의 발달로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지난해 15.79세로 역대 최장 기록을 남겼다. 일본 환경성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사람의 약 79세에 해당하는 나이다. 고양이는 통증을 숨기는 습성이 있어 주인이 이를 감지하는 것이 어렵다. 일본에서 노묘 케어 서비스에 주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일본 노묘 케어 시장이 확대되면서 중국 기업도 진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경우 고양이 사육 수가 일본의 8배인 6980만마리에 달해 고양이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많다. 일본 법인을 세운 중국 고양이용품점 ‘피단’은 지난해 2월 도쿄 다이마루 백화점에 전용 코너를 신설하는 등 입지 다지기에 들어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