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은데'…밥 해줄 사람 없어 요양병원 문 두드렸다[시니어하우스]

중산층 노인들 끼니 해결 문제
월 300만원 노인복지주택은 부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양병원 택해

방치된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식당으로 개조해 식사 해결 제안도

24일 경기 용인스프링카운티자이 식당에서 입주민들이 쟁반에 음식 그릇을 옮기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구로구에 사는 권기옥 할머니(83)는 다음 달에 경기도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 입소한다. 사실 권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갈 정도로 아픈 상태가 아니다. 관절염을 앓고 난 이후 다리를 약간 절뚝거릴 뿐, 걷는 데 지장은 없다. 고혈압과 당뇨는 약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가 20년 넘게 살던 아파트를 떠나는 건 밥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해서다. 매일 혼자 앉는 식탁에는 밑반찬 한두 개가 전부인 날이 많았다.

그는 "밥이 제일 문제다. 식사 때문에 조선족 간병인도 알아봤는데 월급이 200만원이더라"며 "그럴 거면 월 100만원짜리 요양병원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요즘 신축 아파트처럼 밥 주는 식당만 있었어도 여길 떠나고 싶지 않은데…." 권 할머니의 표정이 어두웠다.

요즘 중산층 노인들은 권 할머니처럼 끼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요양병원을 찾는다. 노인복지주택의 임대료는 월 300만원 이상으로 너무 비싸 가격이 싼 요양병원을 택한다. 대부분은 한번 발을 들이면 사망할 때까지 요양병원 신세를 진다.

한의사 출신인 노인주택 전문 유튜버 문성택씨(56)는 "한의원에 오는 어르신한테 여쭤보면 '밥에 물 말아서 김치랑 먹었지', '입맛이 없어서 풋고추만 된장에 찍어 먹었어' 이런 대답이 태반"이라며 "이러면 없던 병도 생기고, 치매도 빨리 온다"고 전했다. 그는 "대다수 노인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려면 균형 잡힌 식단을 필수"라며 "중산층 어르신들을 위해 월 임대료 150~200만원 사이의 노인복지주택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아파트의 방치된 커뮤니티 센터를 식당으로 개조하면 도시에 사는 노인들의 식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유애정 건강보험연구원 통합돌봄연구센터장은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축 아파트까지 그런 서비스를 보편화하자는 것"이라며 "입주자들의 동의가 필요하겠지만, 초고령화 사회에서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건설부동산부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사진팀 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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