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직장인도 찾는 국제결혼?…'초고속 결혼에 매매혼 조장은 하나도 안 변했다'

고학력·고소득 이용자 10년간 증가 추세
만남부터 결혼까지 '초고속 결혼'은 여전
"시대적 흐름 맞게 구시대적 관행 개선해야"

국제결혼이 점차 보편화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구시대적 시선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첫 만남부터 혼인까지 채 10일이 채 걸리지 않는 중개업체의 '초고속' 매칭 시스템을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 국제결혼에 대한 선진적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평균 9.3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 결혼중개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결혼 이용자 가운데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인 비율은 50.6%로 3년 전인 2020년(43.8%)과 비교해 7%포인트가량 증가했다.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지닌 이들이 전체 과반을 차지한 건 2014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국제결혼 이용자의 학력과 소득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같은 기간 이용자의 월평균 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비율은 18.6%에서 34.8%로 16%포인트 늘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기존엔 농촌 미혼 총각들이 국제결혼의 주된 이용자라는 통념이 있었지만, 최근엔 고학력·고소득자도 국제결혼을 많이 찾고 있다"며 "그만큼 국제결혼이 사회에 보편화되고 있다는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국가 간 장벽이 무너지고 문화적 수용성이 높아지면서 국제결혼은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다. 그런데도 국제결혼을 양측이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맺는 매매혼 정도로 보는 구시대적 관행은 곳곳에 남아있다.

현지 맞선에서부터 결혼식까지 채 10일이 걸리지 않는 '속성 결혼' 시스템이 대표적인 문제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지난해 성사된 국제결혼 커플이 맞선부터 결혼식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9.3일로, 3년 전인 2020년(5.7일)과 비교해 소폭 늘었음에도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관행이 국제결혼을 '일정한 대가를 주고받는' 매매혼에 가까운 형태로 인식되도록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현재로선 국제결혼이 서로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일정한 대가를 바라고 이뤄지는 매매혼 형태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렇게 섣불리 결혼을 결정하면 서로를 속일 수 있어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국제결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지자체 20여곳,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

늦은 나이까지 혼인하지 못한 '농촌 총각'을 위한 대안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여전하다. 기존에 일부 지역에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란 이름으로 시행되던 사업을 현재는 몇몇 지자체가 '국제결혼 지원 사업'이란 이름으로 바꿔 시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국제결혼이 매매혼이란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조례 정비를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곳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 지역에선 시행되고 있다. 28일 행정안전부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원도 홍천, 고성, 충북 단양 등 지자체 20여곳이 국제결혼 지원 조례안을 두고 있다. 항공권, 숙박비 등 국제결혼에 대한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는 것이 골자다.

한 이주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전히 적지 않은 지자체가 세금을 투입해 국제결혼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남성이 비용을 지불하고 외국인 여성을 데려오는 현재의 국제결혼 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공식화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구조에서는 절대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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