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모두 쏟아도 남는 빚 15조…LG화학 채무부담 역대 최대

순차입금 3개월 만에 3조↑
"신사업 투자에 차입금 증가 불가피"

LG화학의 순차입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회사가 갖고 있는 현금으로 부채를 갚아도 남는 빚이 역대 최대라는 뜻이다. 실적 부진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자금을 끌어온 영향이 크다. 신사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지만 수입 창출원(캐시카우)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무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LG화학의 순차입금은 15조4199억원으로, 지난해 말 12조8432억원과 비교해 3조원가량 늘었다. 2020년 말 7조원에서 3년새 2배가 늘었는데, 올 들어선 한 달에 1조원씩 증가한 셈이다.

순차입금이 늘어난 건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커지는 반면,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의 현금 창출 능력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벌어오는 돈 보다 쓰는 비용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 1분기 LG화학이 연구개발에 쓴 비용은 5244억3900만원으로, 전년 동기(4568억4100만원)와 비교해 14.8% 증가했다. 매출 대비 비율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3.2%에서 4.5%로 확대됐다.

특히 배터리 부문에만 2조907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1분기 1조8104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규모가 확대됐다. 배터리 사업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부진에 빠져있지만, 중장기 전망이 긍정적인 만큼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친환경·배터리·신약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지정한 영향도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총 투자의 70% 이상이 3대 신성장 동력에 집중될 정도로 꾸준히 투자를 늘려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 테네시 양극재 공장 예상 조감도. [사진제공=LG화학]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면 같은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8.7%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67.1%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기존 산업 부진으로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져서 순차입금이 증가했다"며 "인플레이션으로 투자금 자체가 오른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총부채는 38조9368억원으로 지난해 말 36조5285억원에서 2조원가량 늘었다.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LG화학은 다양한 경로로 자본 유동화에 나섰다. 지난 3월 원화 사채 발행으로 1조원을 확보했고 비핵심 자산인 정보통신(IT) 필름과 진단사업을 매각하기도 했다. 특히 장기 부진에 빠진 석유화학 부문은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원가를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사업재편이 단기간 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이 때문에 재무 부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석유화학 부문의 순차입금 규모가 많이 늘었다"며 "포트폴리오 전환과 신규 설비 투자 소요가 현금 흐름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IT부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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