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는 의대전쟁, 3년후 해부 수업 가상현실로 해야할수도'

"교수들, 의사 증원을 '교육 농단'으로 평가"

전국 의대 교수들이 휴진하기로 결정한 1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2025학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이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정해진 가운데,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문제 제기에 나섰다.

김현아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부회장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교협이 의대 정원 의결을 하면서 입시 학원가에서는 의대 전쟁이 벌어진 상태"라고 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의 공대, 자연대 학생들이 의대로 반수를 하고, 빈자리에 지방대 학생들이 올라오는 연쇄 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의대뿐 아니라 교육 생태계가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모든 직업의 안정성이 없어졌는데 의사만이 유일하게 (안정성이) 남아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을 오래 해온 제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썩은 동아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의대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것과 관련해 김 부회장은 "95%의 현역 교수님들이 '지금 (양질의 교육을)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라며 "교수들은 처음부터 의사 증원이라고 읽지 않고 '교육 농단'이라는 키워드로 읽었다"고 전했다.

대교협에서는 의대 모집 정원 의결한 상황. 각 학교는 배분된 정원을 확정하고 입시 요강을 발표하면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 김 부회장은 "교수들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학칙이 통과된 학교도 많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비민주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면서 "교육부에서는 먼저 정원을 발표하고 학칙은 나중에 고치라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는 더 비관적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이 상태로 내년도 정원이 늘어나고 학생들이 유급 되면 한 학년 학생수가 기존 대비 두배가 된다. 상상도 못 하겠다"라면서 "3년 후에는 교육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해부 등 상당수의 실습 과정을 가상현실(VR)로 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기획취재부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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