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에 1300칼로리 태웠다'…깜깜한 한강에서 무슨 일

한강에서 헤드폰 끼고 흔드는 젊은이들
"소음 걱정없이 건전하게 음악 즐겨"

"1300칼로리 태웠습니다. 자랑해주세요"

김철환(42) 사일런트 디스코 코리아 대표는 지난 2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강 무소음 DJ(디제이) 파티'의 참여자 반응이라며 이같은 문자를 보여줬다. 그는 "공연 시간이 3시간인데 사람들이 지치지도 않는지 내내 노래를 들으면서 춤을 춘다"며 "회전율이 거의 없고, 한번 참여한 사람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춤을 춘다. 참여도와 만족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사일런트 디스코 코리아

사일런트 디스코 코리아는 무선 헤드폰 기반으로 디제잉 음악 파티 등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는 회사다. 김 대표는 월드디제이페스티벌(월디페) 감독 출신으로, 2010년부터 무소음 디제잉 파티를 진행해왔다. 월디페 감독을 본업으로 두고 취미 삼아 '조용한 음악파티'를 연 게 사일런트 디스코의 시초가 됐다.

김 대표는 '소음 민폐 없이 실컷 놀 수 있는' 음악 파티를 위해 공연에 헤드폰을 접목했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등 해외 유명 공연에서 헤드폰을 사용해 조용한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큰 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 소음 민원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또 월디페는 1년에 한 번 개최되는데, 남는 시간에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소음으로 인한 미안함 없이 마음껏, 모두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내가 아직도 즐길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주업이 있는 만큼 무소음 파티는 홍대 등지에서 개최하며 간간이 명맥만 이어왔다. 본격적인 창업 결심을 굳힌 건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야외 페스티벌이 다 끊겼고, 회사와 불화도 있었다. 레지스탕스(저항)적인 재미를 만들어보고 싶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한강인 이유는…'서울의 중심' 상징성과 건전함

사진제공=사일런트 디스코 코리아

김 대표가 한강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서울의 중심인 한강이 주는 상징성과 건전한 이미지 때문이다. 그는 "홍대에서 무소음 파티를 했을 때, 만취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았다"며 "반면 한강에선 술을 먹어도 맥주 한 잔 정도, 담배는 흡연존에서만 피울 수 있으니 같은 클럽 음악을 들으며 즐기는데도 건전하게 보는 시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한강 야경이 외국인들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해외는 야간에 공연이나, 파티를 즐기기 어렵다. 공연을 즐기고 집에 가기까지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서다. 반면 한국은 치안이 좋으니 공연이 밤늦게 끝나도 안전하게 집까지 갈 수 있는데 이런 환경 자체가 외국인 입장에선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한강'처럼 상징성이 큰 장소에서 저녁 파티 콘셉트로 사업화한 건 내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한강 무소음 디제이 파티는 2023년 8월부터 시작했다. 당초 한강 잠수교에서 3회 공연을 약속했지만 사람들이 몰리며 공연 횟수는 10회로 늘었다. 올해 파티는 한강 잠수교, 뚝섬, 마포대교 등지에서 5월부터 10월까지 12회 진행된다. 김 대표는 "보통 예매 600장, 현장에선 200장 발권하는데, 오픈한 예매 티켓은 모두 마감됐다. 현장 티켓도 오픈런을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공연장 옆에 돗자리를 펴고 구경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수십차례 공연을 진행하면서 소음 민원을 받은 적도 없다. 그는 "영상으로 보면 음악이나 사람들의 함성이 크게 들려 시끄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공연으로 인한 불만 제기는 없었다"며 "보통 페스티벌이 쓰는 대형 스피커는 120~130㏈(데시벨) 정도로 소리를 밀어내는데, 이 때문에 소음 민원이 발생한다. 특히 저음 베이스가 '둥둥' 창문을 치거나, 건물을 울려 문제가 되지만 사람의 목소리는 20~30m 이상으로 확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철환 사일런트 디스코 대표.

"매주 한강에서 하고 싶다" '사일런트 디스코' 목표

한강 무소음 디제이 파티는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많다. 공연 참여자의 5%가 외국인일 정도. 김 대표는 "공연하기 위해선 한강 사업본부가 내주는 일정에 맞출 수밖에 없고 이 기간 외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라면 파티에 참여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한강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상시 프로그램으로 발전하면 좋겠다"며 "지불한 돈 만큼의 만족감만 느끼는 소비 위주의 상품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실감형 관광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했다.

현재 무소음 파티의 티켓 가격은 8000원이다. 주말 영화 티켓 가격 1만5000원의 절반 수준. 1만원이 안되는 가격을 책정한 데에는 한강이라는 공공장소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서비스 제공하자'는 김 대표의 사업 취지가 담겼다.

그는 "초기자본은 2억원 정도 들었는데, 지금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수익을 남기고 있다"며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매출을 만들어가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벤트 업계의 다이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획취재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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