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 기존 선진국의 출산율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를 '되돌리는 건' 사실상 늦었다는 전망도 있다. 대신, 임박한 인구 절벽을 막으려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은퇴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BBC는 20일(현지시간) 영미 선진국의 출산율 추이를 집중 조명했다. 가장 최근에 집계된 2022년 기준 미국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62명, 영국(잉글랜드-웨일스)은 1.5명으로 꾸준히 감소 중이다. 인구가 줄지 않는 '대체 출산율'은 여성 1인당 2.1명을 유지해야 한다. 두 나라 모두 이민 등 외부 요인에 의존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경로에 놓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선진국들의 출산율 감소는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이어져 온 트렌드다. 보통 저출산·고령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아시아 국가인 일본, 한국, 중국 등이 꼽혔으나, 미국과 유럽도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아시아와 동일한 경로로 수렴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저출산을 되돌릴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미 늦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라 하퍼 옥스퍼드대 교수는 BBC에 "세금 감면, 출산 휴가 연장 등 관대한 육아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나라들이 출산율을 높이려 하고 있지만, 이런 정책이 하락세를 되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줄어든다. 그만큼 여성의 소득이 늘기 때문이다. 여성이 어머니가 되면 그만큼 가계 소득이 줄어든다. 따라서 여성은 아이를 낳지 않고 계속 직업을 유지하는 게 이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구학적 시한폭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굳이 출산율을 높이지 않고도 경제 성장에 필요한 생산 인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대규모 이민 제도다.
이민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 인구를 유지하는 또 다른 방법은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BBC는 해당 방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싱가포르를 조명했다. 싱가포르는 최대 69세까지 재취업을 제공하며, 탄탄한 보건 의료 체계로 건강한 인구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의 공식 퇴직 연령은 63세이나 2026년에는 65세, 2030년에는 65세로 높아질 전망이다. 재취업 이후 계속 일할 수 있는 연령은 최대 70세로 연장될 계획이다.
로널드 리 캘리포니아대 명예 교수는 매체에 "미국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이 일하면서 소비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며 "이건 전혀 나쁜 일이 아니다. 노인들이 긴 은퇴, 여가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관념을 극복하는 게 앞으로의 기본 자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