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고추장 외부 반출했다가 징계…법원 '유통기간 지나 의무 위반 아냐'

6여단장 상대 행정소송 승소
"유통기한 지나 재산가치 없어"

유통기한이 지난 1통에 3000원짜리 군용 고추장을 지인에게 줬다 징계를 받은 해병대 중령이 여단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15일 인천지법 행정 1-1부(부장판사 김성수)는 해병대 A 중령이 6여단장을 상대로 낸 견책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고추장 자료사진. [사진=한국관광공사]

2022년 8월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병대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A 중령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군용 고추장 2상자를 발견했다. 평소 식사 때 병사들이 밥을 비벼 먹거나 반찬을 찍어 먹도록 배식되는 고추장이었다.

A 중령은 보급 담당 부사관에게 "유통기한을 넘기기 전에 병사들이 고추장을 먹을 수 있게 배식대에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보름가량 뒤 고추장 7통이 부대 식당 배식대에 놓였지만, 유통기한을 넘긴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주임원사에게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아직 뚜껑을 따지 않은 고추장은 버리기 아까우니 내가 먹겠다"며 무게 1.5kg짜리 2통을 자신의 숙소로 가져갔다.

A 중령은 혼자서 다 먹지 못할 정도로 고추장의 양이 많아 한 통을 평소 알던 음식점 사장에게 건넸다.

이후 해병대 6여단장은 A 중령이 군용 고추장 2통을 외부에 반출한 사실을 알고, 군인징계위원회 의결에 따라 지난해 4월 A 중령에게 견책 징계와 함께 징계금 6000원을 부과했다.

징계에 불복한 A 중령은 해병대사령부에 항고했으나 기각됐고, 이에 6여단장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다. 그는 행정 소송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을 폐기하면서 그중 2통을 숙소에 가져와 먹었다"며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할 것 같아 (한 통을) 지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전달했다.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유통기한 지난 고추장 2통을 외부로 반출한 행위가 징계할 정도의 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5㎏짜리 고추장 1통 가격은 3000원"이라며 "이마저도 새 제품 가격 기준이고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은 실제 재산 가치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중령은 대대장으로서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외부 반출이 바람직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 통념상 용인하지 못할 행위도 아니다"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슈&트렌드팀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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