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중국의 ‘테크 굴기’에 대한 미국 견제가 전 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기술이 들어간 첨단 제품의 규제까지 마다치 않고 있어 한국이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 쓰나미에 관세 인상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은 유럽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중국 과잉 생산의 저가 수출 공세 징후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자동차, 태양광, 리튬 배터리, 철강 등 경쟁력 있는 제품을 자국 수요보다 훨씬 많이 생산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영 은행 대출 등을 포함한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 쓰나미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육성하려고 해온 자국 기업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중국 제품의 생산·가격 정보를 긴밀히 주시하면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제품의 수입을 막거나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에서 관세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 규제에도 보란 듯 첨단 제품을 내놓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촘촘한 압박에 들어갔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 화웨이에 노트북 및 통신 기기용 반도체 등을 수출하는 퀄컴, 인텔 등 업체에 대한 수출 면허를 취소했다. 지난달 화웨이가 자사 최초 인공지능(AI) 노트북인 ‘메이트북 X 프로’에 인텔의 새로운 코어 울트라 9 프로세서를 탑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 내 논란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중국이 챗GPT와 같은 첨단 AI 소프트웨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장벽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극단적으로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을 금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하원 세입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 커넥티드차 안에서 미국인이 누구인지, 어떤 대화를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운전 패턴에 대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적국’인 중국의 기술을 사용할 경우 해킹, 데이터 유출 등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조사를 상무부에 지시한 바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커넥티드 차량 중 중국 기술이 사용되는 것도 규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서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미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자동차 업계는 커넥티드 차량 공급망 조사의 넓은 범위, 잠재적 규제 대상의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 시행 시기가 모두 업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했다.
미 재무부는 연내 중국에 대한 투자 규제 규정을 완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본으로 중국 첨단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견제를 위해 유럽연합(EU)과 동맹국의 협력도 강조하고 나섰다. 개발도상국에도 독려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브라이언 디스는 “브라질과 인도 등 최근 중국의 무역 관행에 저항하기 시작한 개발도상국도 대응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