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쓰나미에 관세 인상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국 제조업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은 유럽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중국 과잉 생산의 저가 수출 공세 징후를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중국은 자동차, 태양광, 리튬 배터리, 철강 등 제품을 자국 수요보다 훨씬 많이 생산해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국영 은행 대출 등 막강한 정부 보조금으로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값싼 중국 제품이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육성하려고 해온 자국 기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예컨대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 국내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려던 계획이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 때문에 방해를 받았듯 이번에도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미국에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일부 제조사가 미국 투자 계획을 연기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의 경우 전임 트럼프 행정부 때 이미 부과한 관세, 이 외 무역 장벽으로 아직은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중국 제품의 생산·가격 정보를 긴밀히 주시하면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제품의 수입을 막거나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 전반에 대한 정례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에서 관세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피츠버그에서 미국 철강노조를 만나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인상을 제안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기술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현직 당국자들은 중국의 수출 전략을 무력화하려면 유럽과 다른 선진국 동맹과의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브라이언 디스는 "브라질과 인도 등 최근 중국의 무역 관행에 저항하기 시작한 개발도상국도 대응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식 무역 통계상으로는 중국산 철강 수입이 줄어들고 있고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아직 미국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주 브리핑에서 "실제 의도는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중국의 정당한 발전권을 박탈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