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 이제 '양보다 질' 따져야

"체중 감소의 크기보다는 유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매튜 로 아스트라제네카(AZ) 초기 심혈관·신장·대사질환(CVRM) 개발 총괄 부사장)

매튜 로 아스트라제네카(AZ) 초기 심혈관·신장·대사질환(CVRM) 개발 총괄 부사장이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20%가 넘는 체중 감량' 등을 앞세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얼마나 '질 좋은' 체중 감량이 가능한지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4 콘퍼런스 중 '비만 치료제 시장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 전략' 세션에서는 이 같은 비만 치료제의 현재를 짚는 자리가 마련됐다. 행사에서 주요 연자들은 GLP-1 계열 치료제에서 상당한 체중 감량 효과가 확보된 만큼 앞으로는 근 손실을 억제하는 한편 당뇨병의 핵심 지표인 당화혈색소를 낮추는 등 양질의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매튜 로 AZ 부사장은 "체중 감소 과정에서는 근육 등 제지방 감소가 일어난다"며 "이는 기저질환으로 근감소증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단순히 감량의 양에만 신경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체중 감소의 크기보다는 유형이 더 중요하다"며 "적합한 체중 감량에 도달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1~2상을 진행 중인 다수의 비만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김종균 프로젠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유한양행이 최대주주인 프로젠은 GLP-1에 GLP-2까지 더한 이중 작용제 PG-102를 개발하고 있다. GLP-2는 기존에는 소장이 선천적 또는 후천적 절제술로 60% 이상 소실돼 소화 흡수가 저해되는 질환인 단장증후군 치료용으로 쓰여왔다. 프로젠은 GLP-2가 갖는 장 누수 예방과 전신 염증 완화 효과에 착안해 이중 작용을 통한 약효 증진을 노리고 있다.

김종균 프로젠 대표도 "앞으로는 (비만 치료제의) 퀄리티(질)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부작용, 제지방 감소, 요요현상 등을 비만약 개발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PG-102는 쥐 모델을 통한 비임상에서 기존 비만 치료제 대비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체중의 질' 측면에서 기존에는 2.9배 수준에 그쳤던 제지방 대비 지방 감량 효과를 6.4배까지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당화혈색소 개선에서도 높은 효과를 확인했다.

기존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를 개발한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근 손실 유발 없이 체중을 감량하는 비만 약 비마그루밥을 개발하는 베르사니스를 19억3000만달러(약 2조6316억원)에 인수했다. 한미약품도 최근 미국에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비만 치료제 HM15275의 근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높은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한 비임상 연구 결과를 다음 달 공개할 예정이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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