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북한이 법 시행 규정에서 '매음죄', 즉 성매매 처벌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해두고 있다. 남성의 경우 성매매 알선죄를 처벌하지만, 현장에서 성매매 주된 처벌 대상은 여성이다."
북한에서 성매매 처벌이 여성에 한정되는 등 성차별적 법·제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전문가의 평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연구자로 구성된 한반도미래여성연구소의 연구자들은 30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주최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북한의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이행을 위한 검토 보고서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자들은 "북한이 CEDAW 비준국이지만 성차별적 형법·행정처벌법 조항이 다수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두 차례 CEDAW 보고서를 제출한 후 여성간부 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일부 법령·행정적 조처를 취했지만, 북한 여성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여성차별철폐협약('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CEDAW)은 1979년 채택된 유엔 인권협약이다. 여성의 권리를 포괄하기에 '여성인권에 대한 권리장전'이라고도 불린다.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CEDAW에 명시된 원칙과 비전, 내용에 따라 국내법을 점검하고 국가정책을 추진할 법적 의무가 있다.
이들은 북한 내각 산하의 수장 가운데 여성 비율이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연구진은 "내각 산하 44개 중앙 국가기관 수장 가운데 여성은 최선희 외무상 1명뿐이며 권력의 중심인 조선노동당의 핵심부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최선희 외무상은 북한에서 여성 최초로 외무상 자리까지 초고속 승진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 1월 러시아에 북한 대표로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것도 최선희 외무상이다.
연구진은 또 "여성의 시장활동으로 여성의 가정 내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것이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남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에 필요한 비용을 여성이 장시장 등에서 버는 돈으로 충당했는데, 정작 북한 여성은 자신의 교육과 사회적 지위를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여성 노력의 대가가 남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이라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의 법령과 탈북민 대상 심층 인터뷰 및 설문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또 오는 11월 예정인 북한에 대한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를 앞두고 시민사회 보고서로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