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유류분’ 일부 위헌…향후 소송 전망은?

형제자매 청구 유류분 소송 ‘기각’ 마무리
일률 유류분 폐지, ‘기여분’ 인정 등 변수로 복잡

고인의 뜻과 무관하게 형제자매에게 일정 비율의 재산을 상속하는 유류분 제도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오면서, 향후 상속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가족의 도리를 다하지 않은 상속인의 유류분 상실사유를 정하고 있지 않은 민법 조항과 기여분에 관한 조항을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는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성을 인정하면서 내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효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고인 형제자매 유류분 상속인 안 돼"…소송 중 관련 사건 ‘기각’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고인의 형제자매를 유류분 상속인으로 규정한 민법 제1112조 4호를 근거로 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은 모두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경우 부모와 형제자매에게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으로 판단했고 해당 조항은 즉시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온 법 조항을 전제로 재판 중인 사건은 소위 ‘병행 사건’으로 분류돼 위헌 결정의 효력이 미치게 되고, 근거 법 조항의 효력이 없어졌기 때문에 형제자매가 청구한 유류분 반환 청구 사건은 모두 기각이 되면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인의 형제자매가 제기하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위헌 결정이 나오면서 소송 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속·조세 전문인 박정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유류분 제도 활용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고인의 형제자매인데, 유류분 소송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인정이 안 된다고 하면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륜 저지른 부모·자식 ‘상속 대상’ 제외…기여분 인정 변수

헌재는 부모를 장기간 학대하는 패륜적인 행위 등을 유류분 상실 사유로 따로 규정하지 않은 민법 제1112조 1~3호와 피상속인을 오래 부양한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민법 제111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해당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것은 유류분을 주지 말아야 하는 부모와 자식, 더 줘야 하는 부모와 자식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국회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따라 법을 개정하겠지만, 세부 조항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미지수여서 관련 사건 재판은 판결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입법 과정에서 기여분을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 부양의 정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상속 전문 박흥수 법무법인 대종 변호사는 "피상속인이 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경우에는 유류분의 비율이 올라갈 수 있게 됐다"라며 "향후 소송은 유류분을 더 많이 달라고 주장하는 쪽으로 변화하면서 지분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재산 형성 과정에 들어간 기여 정도 등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짐에 따라, 법원이 새 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판결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정수 변호사는 "1심 선고를 한 뒤에 법이 개정돼 항소심에서 1심이 파기될 수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기 전 제기된 소송에도 개정법의 소급 적용을 인정하는 식으로 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당장 법을 없애기보다는 잠정 유지한 뒤 개정하라는 취지여서 소급 적용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부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