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범용 반도체 '半격차' 전략으로 대중 협력 모색해야'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中첨단기술 관련 세미나 개최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원 교수
"첨단 반도체는 초격차, 범용 반도체는 반격차 병행"

이우근 칭화대학교 집적회로학원 교수가 급변하는 중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대응해 범용 반도체 분야에 있어 '반(半)격차'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격차는 쉽게 넘보기 힘든 수준의 기술적 우월성을 의미하는 '초(超)격차'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제한적인 한중간 반도체 협력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19일 베이징 포스코빌딩에서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주최로 열린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전략' 세미나에서 '한중 반도체 산업 역학과 반격차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 "기술협력과 기술 유출의 경계선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한중간 반도체 협력 사업은 제한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가 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포스코빌딩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촬영= 김현정 특파원)

주장의 골자는 첨단 반도체는 따라올 수 없는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초격차를, 범용 반도체 분야는 적정선의 앞선 기술을 유지하면서 시장을 놓치지 않는 반격차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초격차 전략만으로 첨단 반도체 제품에만 집중하고, 반도체 제품군에서 더욱 많은 시장을 차지하는 범용 반도체 분야를 중국에 내어준다면, 중국은 디스플레이 산업처럼 저가 공세로 레거시 공정 제품을 장악하고 그 기반으로 점차 경쟁력을 쌓으며 첨단제품까지 위협할 수 있다"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 및 시장 특수성을 고려할 때 우리는 초격차뿐 아니라 범용 반도체 시장 경쟁을 위한 '반격차'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 말해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다른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의 우월한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중국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준비를 해야한다"면서 "중국 내 현지화 전략과 현지 전문인력 양성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반도체 칩을 거론하면 최신 스마트폰용 반도체, 서버용 메모리, AI 반도체 등을 생각하지만, 가전제품, 무선키보드, 장난감, 전력, 차량 등 수요는 무궁무진하다"면서 "실제로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많은 시장을 차지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반격차 전략에는 현지 경쟁을 위한 현지화 전략뿐 아니라 특허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9일 베이징 왕징에서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주최로 열린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전략' 세미나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촬영= 김현정 특파원)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국 첨단기술과 관련한 다른 분야 주제 발표도 이어졌다. 앞서 서행아 한중과기협력센터 센터장이 '중국 기술 굴기와 경쟁력'을 주제로 발표를 맡아 시진핑 체제에서 이뤄진 중국의 기술 자립 현황을 짚어보는 한편, 양국 간 산학연 과학기술 협력과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외교 대응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김종명 상해과기대 교수가 '새로운 트렌드 만드는 중국 이차전지'를 주제로, 정용삼 남경농대 교수가 '미·중 패권 경쟁 대응하는 중국 합성생물학'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아울러 김정식 북경항공항천대 교수와 김기환 칭화대 교수가 각각 그린 수소 발전, 양자정보 관련 내용으로 주제 발표를 이어갔다.

한편, 한중과기협력센터는 이날 발표된 내용과 관련해 중국의 반도체, 이차전지, 첨단바이오, 수소, 양자정보기술 등의 현황과 한국의 전략을 제안하는 '중국 첨단기술 경쟁력과 미래전략'을 출간했다. 이진수 주중한국대사관 과학기술정보통신관은 발간사를 통해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기술과 연구개발 상황을 소개하고, 향후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를 제언하는 책"이라면서 "기정학(技政學) 시대의 도래에 따라 미래전략을 고민하는 한국 정책 담당자들과 현장의 과학기술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제부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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