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박유진기자
강진형기자
만 75세. 전기 고령자와 후기고령자를 나누는 기준이다. 만 19세가 청소년과 어른을 구분 짓는 경계인 것처럼 고령자는 75세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의료·복지학계는 75세부터를 돌봄이 필요한 ‘장기요양 대상자’로 분류한다. 평균적으로 이 나이를 넘어서면 시름시름 아픈 곳이 생기고, 체력이 떨어져 사회활동에 대한 의욕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구분이다.
유애정 건강보험연구원 통합돌봄연구센터장은 75세 고령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로 2030년을 꼽았다. 또 그때부터 새로운 주택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30년을 정확히 짚은 것은 1차 베이비부머(1955~1964년 출생)가 75세 문턱을 차례대로 넘어서는 시점이어서다. 이들이 후기고령자로 전부 넘어가는 것은 2040년이다. 이후에는 현재 중·장년층인 2차 베이비부머(1965~1974년 출생)가 후기 고령자 집단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2030년부터 2050년까지 홍수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은 반드시 거동이 불편한 상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생애 주기에 따른 주거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삼시세끼를 스스로 해결하고 여행을 갈 수 있고, 일도 하는 ‘65세 이상~75세 미만 전기고령자’의 경우 본인의 집에서 거주해도 된다. 거동은 할 수 있지만 혼자 밥을 해 먹는 것이 힘들어지고 병이 생기기 시작하는 75세 이상 후기고령자는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는 노인복지주택이 필요하다. 혼자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노인들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거주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후기 고령자 집단이다. 유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돌봄이 필요할 때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주택들이 생기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판을 깔아줘야 한다"며 "민간이 투자하고 짓도록 유도해야 한다. 인프라가 갖춰져야 노인들도 본인의 경제 능력에 맞춰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후기고령자들이 돌봄을 받으면서 살 수 있는 주택은 양극단으로 구분돼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5만원’인 공공임대주택, 혹은 강남 3구에 사는 자산가 어르신들이 들어가는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500만원’인 초고가 주택. 단 두 가지뿐이다. 중산층 어르신들은 돌봄이 필요할 때 문을 두드릴 곳이 없다.
2030년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은 폭증해 사회를 덮치기 시작할 것이다. 다양한 주거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베이비부머 세대가 후기고령자가 된다면 이들도 돌봄이 필요할 때 ‘집에서 살래, 요양원으로 갈래?’ 이 갈림길에 서야 할 안타까운 처지가 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이 중산층 노인들이 살 수 있는 거주지를 위해 ‘고령자 주거지원법’을 전면 개정 한 건 2011년이었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격인 ‘단카이 세대’가 후기고령자로 진입하기 시작한 2022년보다 11년을 앞서 조치했다. 우리나라에 돌봄 노인 수요가 폭발하기까지 남은 기간은 6년이다. 준비할 시간은 촉박하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