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금리 인하 최대 변수는 유가”

"1-2개월 더 소비자물가 지켜봐야"
"환율 안정시킬 충분한 수단 있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현지시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1~2개월 더 소비자물가(CPI)가 어떻게 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가장 큰 변수는 유가”라고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이 총재는 “주요국의 통화정책보다는 유가를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전제로 보고 있다”며 “예상보다 유가가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90달러(두바이유 기준) 아래로 형성될 수 있을지, 더 오를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고민이 깊어진 건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물가상승률을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등 중동사태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등 불안이 커지면서 예상한 물가 경로가 유지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는 유가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 소비자물가 전망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하반기에 2.3%로 갈 것이라는 한은의 전망에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후반 정도에 머무른다는 전제가 있었다”면서 “중동사태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저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다섯 분은 아직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 성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CPI가 어떻게 흘러갈지 최소한 한두 달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외환당국이 상황에 맞춰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설 충분한 준비가 된 상태라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는 전날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도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과 관련해 “최근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그렇게 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달러당 14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 다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이 달러 대비 원화, 엔화 가치 하락이 과도하다는 우려를 담은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환율은 다소 안정세를 찾아 1370원대까지 하락했다.

이 총재는 “우리 환율이 펀더멘털(기초체력)에서 벗어나 있다고 본다”면서 “최근 며칠간 환율의 움직임은 어떤 식으로 봐도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구매력 평가나 이자율 격차 등을 고려해 볼 때 (환율이) 펀더멘털보다 벗어나는 속도가 빠르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동 사태로 뛴 유가와 미국의 성장률이 높아진 영향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쳐 현재의 속도가 합리적이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펀더멘털을 벗어나는)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개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당국이 패를 다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과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10월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지만 2021년 종료된 후 재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환율 변동 때마다 통화스와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환율이 왜 움직이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일본은 미국과 상시적인 통화스와프를 갖고 있지만, 한국보다 더 많이 (통화 가치가) 절하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스와프를 맺어도 효과가 없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