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관련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항소심 재판이 17일 시작됐다. 손 검사장 측은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거부했던 임홍석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이 사건의 제보자 조성은씨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이 필요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정재오 최은정 이예슬) 심리로 열린 손 검사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손 검사장 측은 "고발장을 작성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며 "1심 재판부가 사실을 오인하고 논리를 비약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는 "1심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맞섰다.
손 검사장의 변호인은 "공수처 검사가 제출한 정황 증거만으로 손 검사장이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원심은 논리적 비약을 통해 사실에 대해 판단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공수처 검사도 1심 내내 누가 (고발장을) 작성했는지에 대해 '불상'이라고 했다"라며 "손 검사장과 김 의원 사이에 제3자가 있을 가능성을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데, 이건 검찰이 입증해야지 왜 피고인이 입증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은 "손 검사장이 텔레그램을 김 의원에게 직접 보냈다고 했지만, 김 의원과의 문자, 통화 내역이 전혀 없다"라며 "이렇게 중요한 자료를 주고받았다고 하는 시점에 단 한 번의 통화나 문자도 오가지 않았는데도 중요한 내용을 보냈다는 건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는 1심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데 대해 "손 검사장이 김 의원을 통해 조성은씨한테 자료를 전달한 것 자체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실행행위에 착수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1심이 선고한 징역 1년이 너무 가볍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제3자' 개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김 의원과 조씨를 2심에서 다시 한번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해야 할 듯하다"고 밝혔다.
이날 손 검사장 측은 임 검사를 증인으로 소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임 검사는 손 검사장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했을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연구관으로 근무했던 검사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 검사장과 함께 수사를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임 검사는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왔지만 당시 공수처와 손 검사장 양측의 신문에 대해 증언을 거부했었다. 손 검사장 측 요청에 대해 재판부는 1심에서 증언을 거부했던 임 검사의 진술을 항소심에서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손 검사장의 변호인은 "1심 무죄 선고를 생각하고 증언을 거부했지만, 손 검사장에 대한 1심 유죄 판결 이후 심경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 때 무죄가 날 것 같으니까 증언을 안 했다가 유죄가 났으니까 무죄를 만들겠다고 증언을 하면, 사법절차를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발사주 의혹은 검찰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여권 인사를 고발하도록 야당 측에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1심 법원은 고발장 초안을 작성해 전달했다는 것만으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손 검사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반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한편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지난 3일 탄핵사유와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심판절차정지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