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연기자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연달아 오프라인 사무실 축소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CBRE에 따르면 기술 기업의 임차가 많은 미국 30개 도시에서 전대용으로 나온 사무실 공간은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1억6840만ft²(약 15.6㎢)에 달하는 사무 공간이 임대용으로 나왔는데, 이는 2019년 초 대비 약 3배 증가한 것이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사무실 신규 임대나 확장도 줄었다. CBRE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술 기업의 신규 사무실 임대 건수는 2019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도 사무실 확장에 나서던 빅테크들이 돌연 사무실을 축소하고 나선 탓이다. 아마존, 메타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등 빅테크는 코로나19로 원격근무를 확대하던 시기에도 사무실을 넓혀왔다.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최대 임차인으로 꼽혔고, 뉴욕 맨해튼에서는 금융업계 못지않은 임대 '큰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임대 기간 만료 이후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사무실을 처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술 기업들은 코로나19 초기 고용을 확대하면서 신규 직원들이 추후 사무실로 복귀하면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해 공간을 넓혔다. 그러나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원격 근무 선호도가 높아지고, 일부 기업은 대거 정리해고에 나서면서 필요 공간이 대폭 감소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버지니아주 북부에 위치한 제2 본사 건설을 중단했으며, 일부 사무 공간 임대를 중단하거나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있다. 데이터 기업 코스타에 따르면 구글은 실리콘밸리 사무실을 전대 매물로 내놓았다. 메타는 최근 사무실 공간을 축소해 코로나19 초기보다도 사무실 임대 비용을 줄였다. 세일즈포스는 최근 증권 서류에서 1월 기준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 공간 90만ft²(약 8만3612㎡)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1년 전 160만ft²(약 14만864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빅테크의 사무실 축소는 도시 상권과 건물주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 과거 이들이 활발하게 사무실 확대에 나서던 시기에는 고소득 직원이 유입돼 도시 재산세 세수가 늘고, 지역 상권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와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빅테크까지 가세하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빅테크의 방 빼기 행렬에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시애틀의 한 15층 건물의 경우 과거 아마존이 세입자로 들어오면서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건물 가치가 3배 뛰었다. 해당 건물은 2011년 7700만달러, 2013년 1억5000만달러에 거래됐으며, 2019년에는 JP모건이 2억600만달러에 매입했다. 그러나 아마존이 올해 임대 계약을 종료하면서 해당 건물 가치는 5년 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