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661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 공범들이 보석으로 줄줄이 풀려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당우증)는 지난 15일 영풍제지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한 조직원 윤모씨를 비롯한 4명에 대해 보석을 허가했다. 보석 조건은 보증금 1억원과 함께 주거제한, 참고인 등 접촉금지, 전자장치 부착 등으로 모두 동일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가 터진 직후 가장 먼저 구속기소 된 피고인들이다. 특히 윤씨는 주가조작 세력의 총책으로 지목된 이모씨의 처남으로, 사건 초기부터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세 명도 주식매매를 담당하거나 자금을 관리했던 핵심 공범들이다. 하지만 재판 절차가 늘어지면서 다음 달 2일 1심 최대 구속기간(6개월) 만료를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 보석으로 모두 풀려나게 됐다.
이번 주가조작 사태의 일부 피해자들은 이들의 보석 석방에 반대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재판장은 지난 12일 보석심문에서 "추가 기소 된 사건이 없어 (구속기간) 6개월이 차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적정한 때에는 보석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보석으로 나가면 전자장치를 채워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는 것과 비교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도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영풍제지 사태와 관련해 구속기소 된 인물은 총 12명이다. 이 중 범인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됐던 운전기사 정모씨는 사건이 분리돼 지난 5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남은 11명 중 이번에 4명이 보석으로 풀려났고, 내달 말 구속기간 만료를 앞둔 다른 3명의 피고인도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올해 2월 기소 된 주범 이씨를 제외한 공범들이 모두 약 2개월 이내에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어 추가 기소가 이뤄지지 않는 한 모두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사태 발생 직후 도피했던 주범 이씨가 지난 2월 체포 후 구속기소 되면서 재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절차 지연으로 사실상 공전하고 있다. 이씨 측은 기소된 지 두 달이나 지났음에도 증거인부 절차 등을 이유로 아직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조차 밝히지 않았다. 다음 기일은 내달 17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