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은주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16일(현지시간)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원·달러 환율이 1년5개월 만에 14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외환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한일 재무장관이 처음으로 공동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다.
최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계기로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스즈키 재무상과 면담을 진행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스즈키 재무상과 만나 양국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면서,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두 재무장관이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구두개입을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는 가운데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중동 확전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대표적이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서다. 16일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엔화 또한 1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3.82엔까지 오르는 등 약 3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외환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6일 오후 2시55분 “외환 당국은 환율 움직임과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구두개입에 나선 상황이다. 2022년 9월15일 이후 처음이다. 일본 당국 또한 엔화 가치 하락에 연일 구두 개입에 나서고 있다. 16일에도 스즈키 재무상은 “과도한 환율 움직임에 대해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며 “강도 높은 긴장감을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두 장관은 양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양자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국제 이슈에 있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인 양국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기획재정부와 일본 재무성은 G20 회의,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재무장관 회의 등 다자무대에서도 지속적으로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조속한 시일 안에 한국에서 개최될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 일정 등도 조율하기로 했다.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지난해 6월29일 일본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