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김현정특파원
1년 6개월여 만에 방중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의 보조금 정책 및 러시아 지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는 이번 일정이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의미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과거 중국과의 관계가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집권 당시를 떠올리며 '메르켈 시대'와 유사한 분위기라고 자평했다.
1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숄츠 총리가 중국 남서부 충칭시에 도착해 3일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면서 "평론가들과 기업가들은 이번 그의 방중이 '메르켈 시대'와 유사하다고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GT는 "유럽 국가들은 외부 소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실용적 협력을 구축하고 확대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중은 2021년 취임 이후 두 번째로, 숄츠 총리는 2022년 11월 방중 이후 1년 6개월여만이다. 또한 취임 이래 가장 긴 양자 방문이기도 하다.
숄츠 총리는 중국 산업 중심지 충칭에 이날 도착해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의 수소엔진 생산시설을 방문한 뒤 학생들과도 만나 도시 계획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후 15일 상하이, 16일 베이징으로 이동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와 만나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일정에는 독일 자동차 기업인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화학 기업 바스프(BASF), 기술 기업 지멘스 등 기업인 12명이 동행했다. 정부 측 인사로는 젬 외즈데미어 농업장관과 폴커 비싱 교통장관, 슈테피 렘케 환경장관이 함께 방중했다.
시장에서는 숄츠 총리가 시 주석 및 리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중국의 보조금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 터빈 등 중국 친환경 제품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 보조금을 문제 삼아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하지만 GT는 "숄츠는 올해 중국을 방문한 최초의 서방 주요국 국가 지도자"라면서 "일부 유럽연합(EU) 매파가 추진하는 미국 주도의 '위험제거' 요청에 대해 정책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방중은 EU가 신에너지 산업을 둘러싸고 중국과의 무역 긴장을 고조시켜 중국-EU 관계가 복잡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추이홍졘 베이징외국어대 지역 및 글로벌 거버넌스 아카데미 교수는 과거 메르켈 총리의 방중 등 행보와 비교하며 "메르켈 시대에 중국과 독일의 관계는 새로운 정점에 도달한 바 있다"면서 "이는 매우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한 "전반적인 환경의 심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숄츠 총리가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고 이전 경로로 격상시키려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경제연구소(IW)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중국 직접 투자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119억유로(약 17조5192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8년 연속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