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호기심에 구매한 건데 이상하게 애정이 가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져서 힐링 됩니다."
최근 '펫돌(Pet-stone)'이라고 불리는 '반려돌(石)'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반려돌 주인인 '석주(石主)'들은 작은 돌에 이름을 붙이는가 하면 직접 뜨개질한 니트 옷을 입혀 반려돌을 꾸미기도 한다.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아도 평생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반려돌을 찾는 이들은 늘고 있다.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를 보면 이번 달 '반려돌' 검색량은 5만2000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달과 비교해 162.3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반려돌' 검색량은 2만여건으로, 전월 대비 1757.36% 급증하기도 했다.
반려돌은 반려동물·식물과 달리 움직이거나 생체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말하기 힘든 얘기를 돌멩이에 털어놓으며 안정감을 얻는 것이다. 실제로 반려돌을 구매한 이들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구매한 건데 반려돌에게 위로받고 있다", "돌멩이에게 얘기를 털어놓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며칠 전 키우던 반려견이 하늘나라로 떠나 죽지 않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걸 찾다가 반려돌을 알게 됐다. 남들은 미쳤다고 하겠지만 우울감이 조금은 사라진 듯하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반려돌은 미디어에도 여러 차례 노출된 바 있다. 2021년엔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배우 임원희가 반려돌을 소개했다. 당시 임원희는 배우 정석용에게 "애완돌 예쁘게 생겼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이돌 그룹 세븐틴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가 반려돌을 키우는 모습을 공개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려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매 업체도 늘고 있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선 반려돌을 통상 5000원~1만원대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는 반려돌을 구매한 이들에게 '반려돌 등록증'을 제공하기도 한다. 등록증에는 반려돌의 이름과 성별, MBTI 등을 써넣을 수 있다.
이 가운데 반려돌 인기에 가장 수혜를 본 회사는 '온양석산'이다. 온양석산은 조경석을 판매하는 업체다. 그러나 조경석 매출이 줄어들자 회사 직원 김명상 대리는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돌을 물로 벅벅 씻는 영상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온양석산에서 돌을 구매하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온양석산은 이러한 요구에 반려돌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반려돌은 판매 시작 40초 만에 품절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국내에서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반려돌 문화의 시초는 사실 미국이다. '반려돌'이라는 단어도 1975년 미국의 게리 달(Gary Dahl)이란 사람이 농담처럼 던진 '애완돌'(Pet Rock)이란 말에서 유래됐다. 당시 그는 1개당 4달러(약 5500원)에 돌멩이를 팔아 6개월 동안 150만 개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 달은 "먹이를 줄 필요도, 씻겨줄 필요도 없다. 산책시켜주지 않아도 되고, 여행으로 집을 비웠을 때 나갈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반려돌을 소개했다. 반려돌로 엄청난 이익을 본 게리 달은 오두막집에서 수영장 딸린 대저택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한국에서 반려돌이 다시 유행하는 것에 대해 "과로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로한 한국인들이 반려돌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인들은) 산업화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견디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한국인들이 변하지 않는 고요함을 찾아 돌을 키우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