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국민의힘이 제22대 총선에서 참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외신들도 앞다퉈 국내 총선 소식을 보도했다. 외신은 범야권의 압도적인 승리로 윤석열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 동안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출구조사 결과 정부 여당은 의석수 상실이 예상된다"며 "윤 대통령의 보수 동맹이 총선에서 큰 차질을 빚게 됐고, 남은 임기 3년 동안 위치가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이 2022년 대선 이후 지지 기반을 확대하지 못했다며 향후 레임덕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민주당이 이끄는 범야권이 의석수 200석을 확보하게 되면 헌법을 개정하고,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로 하며 탄핵안을 승인할 수 있다"며 "사실상 윤 정부의 발을 묶고 심지어 정권을 종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도소득세 폐지, 밸류업 프로그램 등 윤 정부가 추진하는 투자자 친화 정책도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미·일 3국의 긴밀한 안보 협력, 대북 강경 기조 등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외교정책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이터 통신은 윤 대통령이 총선 이후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봤다. 통신은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교수 발언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레임덕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며 "윤 대통령으로선 여전히 법적 권한이 있는 외교 정책에 집중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선거 결과가 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수요일 투표는 국내 의제에서 교착 상태에 놓인 윤 대통령에게 큰 시험대"라며 "이번 총선 결과는 향후 4년간 국회 구성을 결정하는 동시에 두 지도자에 대한 평가의 역할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인세 인하, 기업 친화정책, 의대 정원 확대 등 윤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건 국내 이슈가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선거가 공약 경쟁보다는 차악을 뽑는 선거였다는 진단도 내놨다. NYT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어떤 공약이나 정책도 이번 선거에서 이슈가 되지 않았다"며 "이런 선거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편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180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 이어 다시 한번 단독 과반으로 국회를 장악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