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역내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서 틱톡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주요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보 위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을 공략할 수 있는 틱톡의 매체 파급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아일랜드의 차기 총리 자리를 확정지은 사이먼 해리스 교육부 장관은 지지자들과의 소통 창구로 틱톡을 채택했다. 아일랜드 최연소 총리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성원에 감사한다'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영상을 틱톡에 게재했다. 9만5000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는 의회 내 반대파에게 '틱톡 총리'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8일 방중 일정을 앞두고 틱톡 계정을 개설해 자신의 집무실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는 등 젊은 유권자에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부 장관 또한 자신의 틱톡 계정에 "틱톡의 혁명은 오늘부터 시작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맡겨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AfD는 최근 숄츠 총리와 라우터바흐 장관이 소속된 사민당을 제치고 지지율 2위로 급부상한 극우 정당으로 41만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4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틱톡커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 측근은 "마크롱 대통령이 틱톡의 유용성과 규제의 필요성을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며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을 보지 않는 유권자들을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 측근의 지적처럼 틱톡과 같은 SNS는 최근 젊은 세대의 새로운 뉴스 창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요 외신이 발표한 연례 디지털 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웹이나 앱을 통해 뉴스를 접한 사람의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22%로 2018년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SNS를 통한 뉴스 접근은 같은 기간 꾸준히 상승해 2023년 1위(30%)를 차지했다. 특히 틱톡은 이들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SNS로 전 세계 18~24세의 20%가 틱톡으로 뉴스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을 위시한 주요 서방 국가들은 중국에 뿌리를 둔 틱톡 모회사 바이트 댄스의 데이터 유출을 우려하며 강한 규제를 부과하는 추세다. 앞서 유럽연합(EU)도 지난해 유럽의회, 유럽연합위원회, 유럽 이사회 등 모든 정책 결정 기관 소속 직원들의 휴대전화에 틱톡 설치를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 추세에도 불구하고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숏폼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군소 정당에 의석을 내주는 것을 경계하는 주류 정치인들로 인해 유럽 정치권에서 틱톡 열풍이 불고 있다고 외신은 짚었다.
한편 미국에선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을 완전히 매각하기 전까지 미국 앱스토어에서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1억7000만명에 이르는 미국 틱톡 사용자의 데이터가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했다. 이에 조디 세스 틱톡 대변인은 "근거 없는 금지 조치"라며 "상원이 유권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사실에 입각한 합리적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