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동안 170억 벌게 한 '헌 공'…누구에겐 저금통[뉴 잡스]

로스트볼 회수하는 골프볼 다이버
양질의 공만 골라내 세척해 판매
신품보다 저렴하고 자원 낭비 막아

편집자주초고령화와 초저출산, 여기에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직업의 세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직장인생의 새로운 도전, 또는 인생 2막에 길을 열어주는 새로운 직업 ‘뉴 잡스(New Jobs)’의 세계를 알려드립니다.

골프볼 중에는 '로스트볼'이라는 공이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고, 가격도 일반 골프볼 대비 5~10분의 1안팎으로 저렴해 초보자가 애용한다.

포털 사이트에 로스트볼을 검색하면 수많은 판매처가 나온다. [이미지출처=구글 캡처]

로스트볼은 쉽게 말해 중고품이다. 골프를 치다가 잃어버린 공을 회수해 세척한 후 재판매하는 것이다. 한 게임당 필연적으로 공을 잃게 되는 일이 잦은 골프 특성상, 로스트볼은 소비자의 부담도 줄여주고 자원 낭비·환경 파괴도 막는 기발한 상품이다.

그런데 로스트볼은 누가 회수해 닦는 걸까. 해외에서는 이미 로스트볼 수거를 '업'으로 삼은 일명 '골프볼 다이버'들이 활동 중이며, 국내에서도 회수업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호수에 빠진 골프볼, 건져 올려 다시 판다

해저드에서 골프볼을 건져 올리는 다이버의 모습. 미국에선 5000개의 골프볼을 회수하면 평균 2만5000달러(약 3400만원)를 번다고 한다.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가장 되찾기 까다로운 골프볼은 역시 해저드(Hazard·호수 형태의 장애물)다. 해저드 깊은 곳까지 빠진 골프볼은 되찾는 대신 포기하는 게 현명하고, 이런 공들이 로스트볼로 취급된다.

골프 문화가 발달한 미국 등 서구에선 해저드에 빠진 골프볼만 건져 올리는 다이버들이 있다. 골프볼 다이버는 단순한 '공 줍는 일'이 아니다. 수심이 깊은 곳까지 잠수하려면 전문적인 잠수 교육을 받아야 하며, 가끔 야생 악어가 출몰하는 위험한 골프장에 입수해야 할 때도 있다.

골프볼 다이버는 보기보다 위험한 직업이다. 플로리다의 거대 골프장은 높은 이익을 노릴 수 있지만 악어 등 야생 육식 동물이 활보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미지출처=골프닷컴 캡처]

해외 골프볼 다이버의 수입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로스트볼은 건져 올렸을 때의 상태, 브랜드에 따른 품질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탓이다. 다만 14년간 골프볼 다이버로 일한 한 미국인 다이버는 1일 평균 4000여개의 로스트볼을 회수했으며, 총 170억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MZ 골프 붐 이후 국내서도 회수 사업 인기

그렇다면 국내에선 어떨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골프장 붐'이 일면서, 로스트볼의 수요도 높아졌다고 한다. 초보들은 고수보다 공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고, 따라서 새 공을 사기보단 로스트볼을 구매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로스트볼 회수 사업자들은 회수, 세척, 재판매 등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로스트볼 회수업자들이 출사표를 내고 있다. 국내 로스트볼 회수업자의 특징은 회수 및 재판매 과정 전체를 직접 담당하는 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골프장 운영업체와 사전에 협력 관계를 맺고 로스트볼을 건져 올리며 회수한 공 중에서 쓸만한 제품을 골라낸 뒤(로스트볼도 등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한다), 공장에서 세척을 마치고 포장해 재판매한다. 가끔 골프장에 대량의 로스트볼을 납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따금 캐디가 무료로 건네는 로스트볼이 이런 공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골프볼 다이버는 골프 산업의 생리를 잘 이해해야 할 수밖에 없다. 사실, 골프장을 오가며 즐기던 소비자가 로스트볼 회수의 사업성에 잠재력을 느끼고 직접 창업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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