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대통령실은 2일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적시성을 저해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R&D 다운 R&D'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R&D 예산 증액 필요성에 대한 부처 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만큼 기존 진행했던 구조조정과 증액을 투트랙으로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상욱 과학기술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국 R&D가 기존 트랙이 아닌 새로운 고속선로로 바꿔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수석은 "정부 R&D 지원방식의 개혁이 완결됐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우나 세계가 기술 경쟁에 뛰어드는, 유례없이 빠른 기술 변화의 파고 속에서 개혁작업에 매달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개혁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내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수석은 내년 R&D 예산 증액이 일각에서 우려하는 삭감된 예산의 복원 차원이 아님을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윤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부처와 혁신본부 등이 목표로 하는 수준에 대한 공감대는 역대 최고"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박 수석은 "앞으로 R&D 사업의 수요 부처로부터 수요 조사를 진행할 것이고, 기존 사업 중에도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빠지는 사업과 새로 들어오는 사업들을 종합 계산해야 하므로 구체적 수치가 나오려면 몇 달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선 연구비가 필요한 경우 바로 지원이 가능하도록 R&D 예비타당성조사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R&D 예타가 R&D 적시성을 저해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정부는 필수임무나 연구에 대해선 예타 면제를 적용해왔는데 이를 적극 활용하거나 예타 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며 "정부 재정 투입 규모 상한을 완화하거나 그 이상의 획기적인 방안까지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혁신도전형 R&D 분야에는 1조원을 투자하고, 2027년까지 정부 R&D 예산의 5%까지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R&D 삭감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반발이 여전히 큰 상황에 대해 이 관계자는 "연구자들의 헌신적·희생적인 협조를 통해 많은 조정이 이뤄졌으며 그만큼 연구자들을 아프게 한 것도 사실"이라며 "완수되지 않은 개혁 과제가 남아 있더라도 내년도에 대폭 증액을 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 상황이어서 R&D를 R&D답게 만드는 작업 계속해 가면서 증액과 투트랙으로 과기 정책을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