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머니' 국내 주식투자 1년만에 46% 늘어…주총 존재감도 증가

국내 주식투자 규모, 24조원으로 사상 최대
2022년 약 16.6兆 대비 46.3% 증가
親 행동주의 펀드…의결권 행사도 적극적

운용액 기준 세계 2위 연기금인 노르웨이국부펀드(NBIM)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가 1년 만에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금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주주총회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NBIM이 최근 공시한 2023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63억817만노르웨이크로네(약 24조원)였다. 2022년의 1342억9653만노르웨이크로네(약16조6000억원)에 비해 46.3% 증가했다. 기존에 한국 투자 규모가 가장 컸던 2020년(1576억1876만노르웨이크로네)보다 많은 금액이다. 2023년 코스피가 18.7% 상승하면서 주식평가액이 증가했음을 감안하더라도 수조 원의 추가 자금을 국내 증시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투자풀에서 비중도 증가…삼성전자 압도적

전 세계 72개국에 투자하는 NBIM의 투자풀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2년 1.1%에서 2023년 1.2%로 0.1%포인트 증가했다. NBIM의 운용자산액은 세계 연기금 중 2위 규모이다. 2023년 말 기준 15조7647억노르웨이크로네(약 1945조원)다. 세계 최대 연기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본의 공적연금(GPIF)도 바짝 추격했다. GPIF의 운용자산액은 같은 기간 224조엔(약 1996조원)이었다. 세계 주요 석유·천연가스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석유를 팔아서 번 돈을 연기금에 적립한다. 국민연금은 NBIM·GPIF에 이어 세계 3위 규모(1036조원)다.

NBIM은 473개의 국내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약 5조58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SK(약 8970억원)·신한금융지주(약 4440억원)·네이버(약 3950억원)·현대차(약 3870억원)가 뒤를 잇는다. 2023년 말 상장사 시가총액 '톱5'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였다. 이 중 LG에너지솔루션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 지분 평가액(1200억원)도 보유 상장사 중 21번째에 불과했다. 지분율 기준으로는 오스템임플란트(4.4%)를 가장 많이 들고 있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모펀드(PEF) 투자가 금지된 NBIM이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PEF 규제가 풀린다면 증시뿐만 아니라 대체투자에서도 '바이킹 머니'가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주제안 이사의 금융지주 이사회 입성 돕기도

NBIM은 모든 국내 보유 종목이 지분 공시 의무가 없는 지분율 5% 미만이다. 1년에 한 번 결산 자료가 나오기 전에 NBIM의 각 종목에 대한 지분율을 알기가 어렵다. 그동안 국내 주총에서 존재감도 미미했다. 그러나 올해는 '행동주의 펀드'의 손을 잇달아 들어주면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JB금융지주와 삼성물산 주총이 대표적이다.

JB금융 지분 2.92%를 갖고 있는 NBIM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이사에 전원 찬성했고, 이사회 추천 인사는 전원 반대했다. 표 대결 끝에 얼라인파트너스 추천 이사 중 2명이 신규 이사로 선임됐다. 국내 금융지주에서 주주제안 이사가 선임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5개가 연합해 배당금 증가 등 주주환원을 제안한 삼성물산 주총에서도 행동주의 펀드 편에 섰다. 결과적으로 패배로 끝났지만 행동주의 펀드에 친화적인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자본시장부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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