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총선을 일주일가량 앞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쓰레기" "후진 놈"을 언급하는 등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지지층을 결집해 투표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있지만, 조급함의 반영이자 위험 수위로 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1일 부산 연제구 지원 유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말 쓰레기 같은 형수 욕설을 했다"며 "그게 드러난 다음에 국민한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는데 그게 악어의 눈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해운대에서는 "이재명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국민들께 자기 지켜달라고 징징댄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남 김해시에서는 "정치에 관심 없는 분들은 어차피 정치는 후진 사람이 하니 관심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그러면 더 후진 놈이 여러분을 지배할 것이다. 더 후진 놈이 거들먹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선거 유세에 들어서면서부터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세에서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한 위원장의 막말 논란에 대해 "다음 유세부터 표현을 바꾼 것으로 안다"며 "그 표현에 대해 과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 위원장의 입은 더욱 거칠어졌다. 지난달 30일 경기 부천시 유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수원시정 김준혁 민주당 후보에 대해 "김준혁과 이재명의 쓰레기 같은 말, 그게 바로 그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을 때 여러분 위에 군림하면서 머릿속에 넣고 정치로 구현할 철학"이라며 "정치를 뭐같이 하는 사람을 경멸한다"고 말했다. 이외 막말이 아니더라도 한 위원장은 "우리는 범죄와의 싸움에서 이긴다. 이건 영화 제목처럼 범죄와의 전쟁"이라며 강도 높은 발언을 반복했다.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준비하면서 당내에 '막말 경계령'을 내렸다. 지난달 5일 성일종 국민의힘 후보가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인재'라고 지칭하는 등 막말 논란이 벌어지자 발 빠르게 대처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주요 당직자 등에 "총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더 주의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지난달 27일 인천 남동구에서 진행된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이 대표를 반면교사 삼기를 바란다. 하루에 하나씩 망언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은 거칠어진 한 위원장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해찬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여당 지도부의 발언 내용을 들어보면 더 들을 수 없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