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진기자
청소년 사이에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볼 법한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이들만 쓰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이 말은 연예인 '포토카드'를 이를 때 사용된다. 팬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포토카드가 서울 고급 아파트에 빗대어진 것이다.
30일 연예계에 따르면 가수들의 음반에는 각 1장씩 랜덤 포토카드가 들어있다. 아이돌 사진을 카드 형태로 만든 것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포토카드만 별도로 거래되곤 한다.
사진마다 시세가 다르게 형성되는데 보기 드문 콘셉트로 촬영한 사진이나 아이돌 그룹 내 인기가 많은 멤버의 사진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다.
이처럼 고가에 거래되는 사진에는 '트리마제', '반포자이', '한남더힐', '시그니엘' 등 고가로 손꼽히는 국내 아파트 단지 이름이 붙는다.
팬들은 "내 손에 한남더힐이 있다"며 특정 포토카드를 자랑하는가 하면, 중고거래 사이트에 "반포자이 양도합니다"와 같은 글을 올리기도 한다. 또 구하기 힘든 포토카드의 경우엔 부동산처럼 "매물이 없다"는 표현도 쓴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반포자이 포토카드'로 불렸던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장하오의 친필 사인 포토카드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90만원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포토카드로 재테크가 가능하다는 이른바 '포테크' 이야기도 나온다. 앨범은 1만~2만원대에 구입한 뒤 포토카드를 팔면 수십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인기가 없는 포토카드를 저렴하게 구매했다가 해당 포토카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고가에 되파는 방식으로 차액을 남기기도 한다.
초기 포토카드 거래는 X(옛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형성됐으나, 거래와 배송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로 번개장터나 당근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한편, 현상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들은 "청소년의 물질만능주의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학부모들의 의식 성숙과 유관기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