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진기자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아이가 상급종합병원 9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지는 일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3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0분께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생후 33개월 된 A양이 주택 옆 1m 깊이의 도랑에 빠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A양은 아버지에 의해 구조됐지만 심정지 상태였다. 119구급대는 20분 뒤 A양을 보은의 B병원으로 옮겼다.
A양은 B병원 측의 심폐소생술과 약물 투약 등 응급치료를 받고 이날 오후 5시33분께 잠시 심전도 검사(EKG)에서 맥박이 돌아왔다.
이에 병원은 A양이 심장이 다시 뛰고 혈액이 도는 자발적순환회복(ROSC)에 이른 것으로 판단해 추가 치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이송을 추진했다.
병원은 9곳의 상급병원(충북 1곳, 대전 3곳, 세종 1곳, 충남 2곳, 경기도 2곳)에 전원을 요청했으나 병상 부족을 이유로 이송을 거부당했다.
그 사이 A양은 오후 7시1분께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결국 약 40분 뒤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9곳 이외에 A양을 받을 수 있다고 연락을 준 곳은 이날 오후 7시29분께 대전의 한 대학병원이 유일했다.
이송을 거부한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공백 사태로 전원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며 "보은에서 40분 거리인 우리 병원으로 옮겨올 경우 오히려 환자 상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 때문에 전원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B병원 관계자도 "소아청소년과 중환자실은 평소에도 자리가 많지 않다"며 "상급 종합병원들이 병상이 없으니,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에서 90대 노인이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진료를 받지 못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집단사직과 관련 없다고 판단했다.
전은정 중앙사고수습본부 즉각대응팀장은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부산 대학병원이 환자를 거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병원에 전문의가 부재했던 건 아니지만 평소보다 적었고 다른 심장내과 환자들을 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공의 파업이 한 달 이상 길어지고 교수들의 사직도 시작되며, 환자들은 앞으로 더 큰 피해 사례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