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찻잔 속 미풍'에 그쳤다. 이를 상대로 한 금호석유화학은 주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계속하고 있는 '조카' 박 전 상무의 차기 행보에도 부담이 커지게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22일 서울시 중구 시그니쳐타워스에서 제4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변경안과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등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주총은 9시에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위임장 확인 및 검수에 시간이 걸리면서 10시에 시작됐다.
주총 결과 금호석유화학이 제안한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선임 등 7개 안건 전부가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가결됐다. 박 전 상무가 주주 제안권을 위임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 제안한 자기주식 소각 정관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이날 주총은 차파트너스 측이 제안한 일괄 표결·다(多) 득표 방식을 적용, 양측의 표 차이가 공개됐다. 정관 변경에 대해 사측 안의 찬성률은 74.6%를 기록했지만,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의 찬성률은 25.6%에 그쳤다.
이에 따라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자기주식 전량 소각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또 감사위원(사외이사)으로 회사 측이 추천한 최도선 현 한동대 총장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차파트너스는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제안했지만 표 대결에서 밀렸다. 회사 측 찬성률은 76.1%, 주주제안 측 찬성률은 23.0%로 큰 차이를 보였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압도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표결 방식에 대한 논쟁이 소모적인 논쟁이었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주 기준(주총 불참 주식 포함)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의 안건 찬성률은 박 전 상무 측 지분 약 10%를 제외하면 약 4% 수준으로 주주제안 측의 참패"라며 "명분과 실리, 진정성 없는 주주제안에 대해 일반 주주들이 공감하지 못하면서 피로감이 점차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도 두차례 주주제안을 시도한 바 있지만 모두 금호석유화학의 승리로 끝났었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금호석유화학과 OCI그룹이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315억원 규모 자사주를 상호 교환한 것을 두고,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자사주 처분 무효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바 있다.
올해 역시 주총을 앞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금호석유화학 측 손을 들어주면서 승패가 예견됐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둔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전날에는 국민연금이 자사주 소각 안건에 대해 반대하고,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추천한 최도성 후보를 찬성키로 하면서 박 회장의 편에 섰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석유화학업계의 현 상황에서 오히려 회사 미래 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경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주주 제안 내용의 오류가 검증됐다"며 "사실상 주주 박철완의 경영권 분쟁을 대리하는 소모적 행위를 지속하기보다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하는 고민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01%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어미니 김형일(0.09%),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화학 회장(0.06%), 누나 박은형·은경·은혜(각 0.53%)를 우군으로 두고 있다. 박 회장은 7.14%,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사장은 7.65%, 장녀 박주형 부사장은 1.04%를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