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정부, 용접공, 의사밑 판검사…의사 막말어록집, 계속 쌓인다

강서구의사회장 의사 발언에 백혈병환우회 비판성명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용접배운다 직업 비하
의사 유튜버들 "고통스런 삶 연장" "5명이 가슴촉진" 발언도

전공의를 중심으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1일 서울 한 2차 종합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면역 세포인 백혈구와 같은 존재다. 증원을 강요한다면 비정상적인 백혈구를 가진 백혈병을 초래할 수 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들이 국민 건강에 해가 될지 도움이 될지는 안 봐도 뻔하다. 대한민국에 백혈병을 초래한 ‘백혈병 정부’라고 기록되길 원한다면 (증원을) 강행해도 좋다."

지난 14일 조용진 서울 강서구의사회장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서울시의사회의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의사를 ‘면역세포 백혈구’로, 정부를 ‘백혈병 정부’로 지칭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한국백혈병환우회는 18일 성명을 내어 "강서구의사회장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추진을 비난하면서 백혈병을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한 건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투병 의지를 꺾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환우회는 "백혈병 환자와 가족, 의사와 간호사 모두 평소보다 더 인내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 환자의 투병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투병 의지를 꺾는 발언을 의사로부터 듣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환자들의 불안과 고통과 울분을 의료계와 정부가 조금만이라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헤아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중소자영업총연합회,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유권자시민행동 등 관계자들이 3월 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사옥 후문에서 정부의 의료개혁 지지 및 전문의들의 집단행동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정부의 의대정원 추진에 집단 반발하고 있는 의사들이 연거푸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막말이 정부를 향했다고 해도 막말에 등장한 비유가 모두 우리 사회 중요한 구성원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아과 선생님 중 한 분이 용접을 배우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더 이상 살기 싫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민영철 대한용접협회 회장은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의사들이 용접이란 것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비하 발언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관련 보도 후 임 회장은 SNS를 통해 "의사가 의사 못하겠다고 변호사 하겠다면서 로스쿨 준비한다면 변호사 비하일까요? 아닐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19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는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정부 과천청사 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앞서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지난달 22일 오후 7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된 서울시의사회의 제2차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에 대해 ‘나이가 비슷하니 말을 놓겠다’고 한 뒤 "우리가 언제 의대 정원 늘리자고 동의했냐"며 "네 말대로라면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해도 된다는 말과 똑같지 않냐"고 했다.

같은 날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의사를 ‘매 맞는 아내’에 비유했다. 그는 "매 맞는 아내(의사)가 자식(국민)들 때문에 가출 못할 거라고 자식 볼모로 폭력 행사하는 남편(국가)과 무엇이 다릅니까"라며 "아무리 몰아붙여도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오만이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민도"라고도 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난 20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 사람을 뽑아서 거기서 또 의무근무를 시킨다. 그 의사한테 진료를 누가 받기를 원하겠습니까"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들의 전공의 집단사직 공모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첫 소환조사를 시작한 3월 6일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유튜브, 의사나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도 넘는 막말이 넘쳐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의사(이메일로 인증을 해야함)라는 한 누리꾼은 ‘의사 밑이 판검사지’라는 글을 올렸다. 의사 유튜버는 "의사가 많으면 고통스러운 삶이 연장될 뿐"이라고 했다. 한 유튜버 겸 성형외과 전문의는 지난 13일 과거 여성환자의 가슴을 촉진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당시는 나 포함 실습생 3명이 돌아가면서 촉진했다"면서 "이제 한해 의대생 정원이 2000명 되는 순간, 3명이 아닌 5명이 그걸 해야 한다. 5명이 그걸 한다고 하면 여자 환자는 100% 상욕 퍼붓고 빤스런(할 것)"이라고 했다.

이슈&트렌드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