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제주 한경면 고산리에는 감성 독채 스테이 ‘고산도들집(도들집)’이 있다. 1945년에 지어진 고산 현지의 빈 가옥을 바탕으로 내부는 집 본연의 형태를 최대한 보존한 인테리어에 제주 특유의 감성에 어울리는 한 가구업체의 제품들로 꾸며졌다. 이 곳은 지난해 7월 퍼시스그룹의 생활가구 브랜드 일룸이 빈집 재생 스타트업 ‘다자요’와 함께 방치된 빈집을 새롭게 재생해 탄생시킨 숙박공간이다.
경주시는 지난 11일 행복황촌 도시재생 거점시설인 마을호텔 ‘행복꿈자리’에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내국인 숙박 특례 전환’ 현판식을 가졌다. 이 사업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따라 설립된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소에 한 해 내국인 관광객에게도 숙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적용받으면서 본격화됐다. 마을호텔은 대부분 주민이 살다가 떠난 빈집을 고쳐 지은 시설이어서 방 2칸 정도로 구성돼 있다. 유명 숙박시설에서 벗어나 구도심에 머물면서 여행하고픈 내국인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이날 마을호텔 ‘행복꿈자리’ 외에도 블루플래닛, 황오여관, 스테이황촌 등 마을호텔 3곳이 함께 내국인 숙박 특례전환 현판을 받았다.
전국단위 도·농 빈집 정보플랫폼인 ‘소규모&빈집정보알림e’의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9만3489호에 이른다. 이들을 합한 건축면적은 3384만㎡, 대지면적은 6985만㎡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8400만㎡)보다 조금 작다. 지역별로 보면 전북(2만1899호)이 전체의 23.4%로 가장 많았고 경남(1만613호), 경북(1만406호), 전남(733호), 강원(6675호)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수도권 빅3인 서울(2972호), 인천(3945호), 경기(4734호)도 수 천채의 빈집이 있다. 정부는 빈집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농촌공간정비사업(철거)과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귀농귀촌 유치지원 사업 등을 병행해 추진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전국에서 철거된 빈집은 2020년 23.5%, 2021년 18.8%, 2022년 18.5%이며 활용형 빈집 사업도 2020년 0.81%, 2021년 0.94%, 2022년 0.74%로 1%대 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올해부터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본격화하는 한편, 빈집 활용방안에 대해 새로운 대책을 마련 중이다. 빈집의 활용방안은 대부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져있다. 사람이 살고 먹고 즐기는 공간이다. 인구유치를 위한 주택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충북 보은군의 경우 귀농귀촌인을 위한 ‘희망둥지’ 2채를 얼마전 완공했다. 희망둥지는 농촌 빈집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해 도시 이주민에게 제공하는 사업으로, 내북면 하궁리(건축면적 37.5㎡)와 수한면 장선리(" 88㎡)에 있다. 보은에 이주 예정이거나 농업경영체(농지원부) 등록 2년 이내 새내기 귀농귀촌인이 입주 대상이다. 보증금 없이 2년간 월 임대료 15만∼20만원만 내면 되고, 월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전남 강진군에서는 도시민 인구 유치를 위해 빈집 리모델링 지원 사업 ‘강진품애(愛)’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되면 보증금 100만원에 월 1만원의 저렴한 임대료로 2년간 군에서 임대하는 농가주택에 거주할 수 있으며, 2회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어 최대 6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입주자는 입주 계약 체결 후 전입신고를 완료하고 계약 만기 전까지는 전입 가구원 수를 유지해야 한다. 최근 6가구 모집에 전국에서 총 74가구가 신청했으며 강진군은 5가구를 최종 입주자로 선정했다. 최종 입주자로 선정된 가구들은 "미국에서 보낸 대학 시절 농구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아이들을 위한 농구 교실을 운영하겠다", "귀농 후, 곤충 농장을 운영할 계획으로 관련 대학에 진학했다" 등의 포부를 밝혔다. 3차 모집 가구는 3월말 예정으로, 이번 2차 모집 시 입주자가 최종 선정되지 않은 도암면 1가구를 포함해 10가구가 될 예정이다.
원주시는 지난 13일 원강수 시장이 장기적인 인구 유입 정책인 ’Come On Wonju(컴 온 원주)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오랜 시간 타국에서 생활한 이민 1세대에게 빈집을 정비·제공해 다시 뿌리내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인큐베이션 시스템‘으로 명명한 이 지원 시스템은 원주 알리기, 살아보기, 정착하기 3단계로 단계별 세부 정책 사업을 마련해 추진한다.
이 밖에 울산시는 주차장, 쉼터, 텃밭으로, 강원 춘천시는 지난해 빈집과 빈 상가 8곳을 시민문화 활동 거점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연간 2만4584명이 찾았으며, 소모임이 354회 이뤄졌다. 전남 해남군은 빈집 및 폐교, 폐공장을 귀농귀촌인 임대주택, 쉼터, 영농교육장과 같은 공공시설로 바꿀 예정이다. 강원도 정선군은 옛 광부로 붐볐던 구도심 상권 회복을 위해 2026년까지 빈집을 리모델링해 먹거리촌을 조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