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3일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해 "제자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사직한다는 것은 사직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의대 교수들에게 의료 현장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박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제자들의 불이익은 면허에 관한 것이지만, 교수님들이 진료 현장을 비우면 환자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이 걸린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교수님들마저 사직을 한다면 이미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가 돌아올 길이 없어질 뿐 아니라, 동료의 비난 속에서도 의사로서, 의대생으로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환자를 등지고 떠난다면 남아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국민들을 잃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교수님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전날 저녁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등을 포함한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들은 온라인 회의를 열고 집단 사직서 제출 등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달 15일까지 각 대학 교수와 수련병원 임상진료 교수의 뜻을 물어 집단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담당하는 공공의료기관에 올해 총 948억원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에 공공병원 총 41곳을 대상으로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의료 공백 완화를 위해 진료를 연장하거나 주말, 휴일 진료를 하는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의료원에 예비비 393억원을 지원한다.
또한 이달 중 상급종합병원과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의료인력을 신규 채용하는 경우 의사는 월 최대 1800만원, 간호사는 월 최대 400만원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이날부터 한 달 동안 상급종합병원 진료 협력센터를 통해 1, 2차 병원으로 환자가 전원되는 경우 지금까지 전액 본인 부담이었던 구급차 이용료를 정부가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15일부터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경증, 비응급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안내할 때 중증도를 분류하는 전담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박 차관은 "앞으로도 응급의료 등 현장의 의견을 지속 경청하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번 상황을 계기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료 전달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응급 기능을 강화하고 종합병원은 중등증의 환자 진료 기능을 강화하며, 동네 병·의원의 경증 환자에 대한 예방, 건강관리 등 각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먼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진료, 연구, 교육 기능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국립대병원 등 거점병원이 권역 필수의료 중추 기관이 되도록 육성한다. 일부 상급종합병원은 고도 중증진료병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2차급 병원의 기능 및 역량도 대폭 확대한다. 각 지역의 의료수요를 감안해 중진료권별 3~4개 의료기관을 필수의료 특화 2차 병원으로 육성하며 전문 병원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역량이 있는 전문병원은 보상을 강화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지금은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더라도 평균 3억원 수준의 의료 질 평가지원금과 평균 4000만원 수준의 전문병원 관리료 외에 별다른 지원은 없다"며 "상급종합병원의 환자를 전원해서 치료할 수 있는 특수, 고난도 전문 병원을 특화하고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예방과 건강관리 기능을 강화한다. 환자의 초기 증상을 보다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다학제 1차 의료 협력을 강화하고, 의원의 본래 기능에 부합하도록 병상과 장비 기준 등 제도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박 차관은 "이러한 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오는 15일 '의료전달체계 개편' 공개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현장 의견을 수렴해 신속히 이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