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한기자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2.5m 안전난간. 직접 찾아가 살펴보니 안전난간은 쉽게 오를 수 없는 구조였다. 윗부분은 철사로 이뤄져 있었다. 철사가 10㎝ 이상 벌어지면 센서가 작동해 119구조대가 출동한다. 자살 시도자로 오인당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지만 한 번 올라서 확인해봤다. 오르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올라서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교량 곳곳에는 연석·구조물을 밟고 매달릴 수 있었고 철사 사이는 머리가 들어갈 정도였다.
지난해 1035명, 한강 다리에서 극단적 시도를 한 사람의 숫자다. 서울시는 안전난간 설치를 늘리고 있지만 투신 시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이 어디로 가고, 죽음의 다리가 됐는지 한탄의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통계상으로 안전난간 설치는 효과가 입증됐다. 마포대교는 2년 새 자살 시도가 61.8% 증가했으나 평균 증가율(65.3%)보다는 낮았고 한강대교는 23.4% 감소했다.
그러나 일부 교량에만 안전난간이 설치되면서 인근 미설치 교량에서 투신 시도가 2배 이상 증가했다. 한 곳의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한강 다리 전체에 일괄적으로 안전난간이 설치돼야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한강 다리 SOS’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다수의 전문가와 대면·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기획 취지에 대한 설명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교 투신자살 1위’라는 식의 보도 행태가 반복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들이 존재했다. 특히 이은진 수원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의 “자살고위험군에게 자살 수단 홍보가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기술은 지양돼야 한다”는 조언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기사를 쓴 이유는 정책당국자들에게 제대로 된 자살예방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한강 투신만 막는다고 극단적 선택 자체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다른 장소와 수단은 얼마든지 많다는 것도 안다. 대표적으로 과거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자 한강 투신이 증가했던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이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사회적 요인 분석, 교류 및 연대, 정신 상담 등 근본적인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