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민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전문병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전문병원에 대한 지원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 기피를 줄이고, 이른바 빅5(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병원의 환자 집중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한 총리는 전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을 위해 뇌혈관 전문 명지성모병원 방문해 병원 측과 현장 의료진의 건의를 받고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에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붕괴해 전 국민이 빅5 병원에 가는 모순을 해소하고, 국민 누구나 '우리 동네 빅5'를 믿고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에 복지부는 병원 규모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전문병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성과 성과에 따른 지원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 수가 지원은 병원 규모별 기준이 적용돼 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 10%, 병원 5%, 의원 0%의 종별 가산율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병원의 경우 똑같은 치료와 높은 진료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보다 낮은 수가가 지급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울러 한 총리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뛰어난 진료 실적을 보인 전문병원과 강소병원에 환자가 많이 이송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를 지시했다. 소방청에도 일선 구급대원과 119 구급상황실 등에 지역별·질환별 전문병원과 강소병원에 대한 정보공유와 교육을 확실히 하고, 지역 간 환자 이송 과정에서도 복지부가 지정한 필수분야 전문병원이 고려되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전공의에 이어 전문의·의대 교수로 의사 집단행동이 확대되면서 빅5 병원에서 수술 일정이 연기되는 등 국민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총회를 열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대응 수단으로 군의관·공보의 투입,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 필수진료과 전공의 인센티브 지급 등 각종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개혁이 성공하려면 동네 병·의원(1차)-중소병원·전문병원(2차)-상급종합병원(3차)으로 연결되는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돼야 하고, 그러려면 전문병원과 강소병원의 발굴과 육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