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채정보 장사 논란' 월드코인…코인 열풍에 몰려드는 손님들

코인카페·입소문 타고 활황
월드코인 가격 1년새 4배로 급등
개인정보침해 논란·폰지사기 비판

"누군가 월드코인을 받았는데 최근 가격이 급등했다는 후기를 코인 카페에 올렸어요. 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불안하지만 감안해야죠."

지난 28일 오후 4시경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월드코인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25평 남짓한 작은 이 카페에는 월드코인 신원인증 기계인 '오브(Orb)'가 설치돼 있다. 사람들은 먼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월드ID를 개설한 후 홍채인식을 통해 신원을 등록하면 월드코인(WLD) 10개를 지급받는다. 2주마다 3개를 지급받아 1년간 총 76개를 받을 수 있다. 현 시가가 1만원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약 80만원인 셈이다. 가입은 앱으로 하지만 현장에서는 '데이터 수탁 여부'를 직접 직원이 확인한다. 최근 월드코인의 시세도 급등하자 카페 방문객 수도 하루 스무명에서 10배인 200여명까지 확 늘었다. 실제로 이날 평일 오후라는 점을 감안해도 19명이 운집해 있었다. 가상자산이 주 테마라고 해서 20·30세대만 있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인파의 절반은 40·50세대 손님들이었다. "지인 모임을 통해 입소문으로 월드코인을 알게 됐다"는 60대 여성 손님도 있었다.

샘 올트먼 CEO가 작년 7월 만든 가상자산 월드코인은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과 사기성 논란에도 꾸준히 상승세다. 가격은 1년 새 4배로 뛰었다.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월드코인은 이날 오전 7시경 전일 대비 6.73% 오른 1만283원을 기록 중이다. 일주일 전 대비로는 13.12% 올랐고, 1년 전 대비로는 362.63%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오픈AI가 영상제작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소라'를 공개한 2월 15일 전까지 4000원대에 그쳤던 월드코인 가격은 이후 2배로 폭등했다. 월드코인 거래량은 현재 코인마켓캡에서 전체 15위를 기록 중이다.

동그란 구슬 모양의 월드코인 신원인증 기계 '오브(Orb)'. 사진=이승형 기자

올트만은 온라인에서 인공지능(AI)과 사람을 구별할 수 없게 되는 시대를 대비해 신원확인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오브를 통해 홍채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다. 월드코인 개발사인 툴포휴머니티(TFH)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오브가 운영되고 있는 곳은 총 10곳이다. 서울지역을 제외하곤 판교가 유일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코인 카페 등에서는 지방까지 운영점을 확대해달라는 불만도 눈에 띈다. 오브는 현재 전세계에서 총 10개 국가에서 196곳에 설치돼 있다. 현재 월드ID를 보유한 가입자 수는 383만여명에 이른다. 최근 일주일만에 79만명이 모였다. 국내 가상자산업계 한 대표는 "올트먼이 주장한 대로 AI 시대에 미래 인간을 위한 기본소득을 마련해준다는 설명의 순수성을 믿는다"며 "로봇이나 컴퓨터 등을 활용해 가짜로 ID를 발급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홍채인식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폭발적 성장세에도 월드코인에는 여러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다. 홍채 정보는 개인 고유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으로 민감정보로 분류된다. 한국의 경우 현행법상 기업 또는 기관은 생체 정보 등을 수집할 경우 '민감정보 수집 동의 절차'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생체인식기술은 향후 금융보안과 보안, 출입 관리, 의료복지, 공공영역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르면 민감정보는 수집 단계에서도 수집 목적과 범위 등을 고지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봐야 한다. 제28조에 근거해 해외로 정보를 반출하는 과정에서도 수신자가 정보수집자와 동일인인지 여부 확인 필요(제3자 유출), 이전 시기 등도 고지해야 한다. 생체정보 거래에 민감한 미국에서는 월드코인 발급 자체가 금지됐고 거래도 불가하다. 이는 월드코인 앱 가입 절차의 개인 동의 지침에도 명시돼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정부 역시 위법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월드코인 애플리케이션(앱) 사전등록을 위한 QR코드가 적혀있는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다. 사진=이승형 기자

정부는 위법성 판단에 앞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 관련 주무 부처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현장 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사실관계와 관련 사항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언론에 많이 보도됐기 때문에 가입 절차인 월드코인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에 관해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지금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만 있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은 시행되지 않았다"며 "가상자산법도 사업자를 단속하는 것이지 유통 자체를 직접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개보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월드코인 측은 입력된 홍채 정보를 즉시 암호화해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했다고 해명했지만, 반대로 이는 민감정보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수집 과정뿐만 아니라 해외로 정보를 반출하는 과정에서도 법상 필요 요건을 채웠는지 향후 민원 등이 발생했을 경우 위법성을 정확하게 따져봐야 할듯하다"고 말했다.

사기성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더리움 등처럼 별다른 사용처가 없는 월드코인의 유일한 재원 조달 방안은 가격 상승을 통한 차익이다. 남의 돈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온다. 올트먼 대표는 지금까지도 월드코인 발행 외에 기본소득 제공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CEO 역시 작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 저격에 나섰다. 그는 "월드코인은 전 세계 사람의 홍재를 스캔하면서 미국 사람은 제외한다. 불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며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사람들은 홍채를 스캔할 수 있지만 토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비트코인을 대체하기 위해 왜 글로벌 디지털 화폐로 발행해야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홍채 정보는 디지털 지갑 관리에도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짚었다.

증권자본시장부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증권자본시장부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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