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기자
교체 대상으로 알려진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23일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2차관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한꺼번에 교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부처의 3명의 차관급을 일시에 교체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과학계 이번 조치를 반기면서도 윤 대통령이 과학대통령으로 불리려면 더이상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낙점할 것으로 알려진 과기정통부 신임 차관과 과기혁신본부장들은 전문 관료다. 1차관에는 이창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장, 2차관에는 강도현 정보통신정책실장, 과기혁신본부장에는 류광준 과기혁신조정관이 거론된다
2차관을 제외한 장관, 1차관, 과기혁신본부장이 교수 출신이었던 상황을 교수 출신 장관을 보좌할 전문 관료들로 교체하는 셈이다. 2차관과 과기혁신본부장은 교체가 예상됐지만, 취임 1년도 안 된 1차관까지 전격 교체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과기정통부에 보내는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의 핵심이 조성경 1차관이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연이어 과학대통령을 강조했지만 지난해 불거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여파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학생 연구자에 대한 연구비 지원 등 대책이 이어졌지만, 현장의 불만은 오히려 커져만 갔다. 윤 대통령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식 연설 중에 발생한 R&D 예산 삭감 항의 소동은 연구 현장에서 현 정부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쉽게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준다.
조성경 1차관이 지난해 부임한 이후 R&D 예산 삭감이 갑작스럽게 추진되면서 과기정통부 내에서도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R&D 예산과 성과 평가를 담당하는 과기혁신본부 측의 불만이 상당했다. 한 과기정통부 고위직은 "용산의 R&D 예산 혁신 의지를 조 차관이 적기에 공유했다면 지금보다는 연구 현장의 불만을 줄일 수 있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조성경 1차관은 원자력 분야 전문가다.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을 거쳐 지난해 7월 1차관으로 임명됐지만, 과기정통부에서는 연착륙에 실패했다는 평이 대다수다. 연구 현장을 방문해 과학기술 카르텔을 언급해 논란이 됐고, 법인카드 유용과 논문 표절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본인은 억측이라고 주장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갔다. 우주항공청 협력을 위해 유럽과 미국으로 장기간 출장을 다니며 조 차관이 차기 우주항공청장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3년 정부 업무평가에서 과기정통부가 사상처음 ‘B’ 등급을 받은 것도 R&D 예산 삭감으로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과기계의 불만도 커졌다. 문재인 정부의 비과학적인 탈원전 정책에 불만을 가졌던 과학기술계 인사들도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윤 대통령이 과학기술계의 미래를 빼앗았다고 우려하고 나섰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 교수는 "조 차관의 실패는 과학기술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없었고 연구 현장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신임 차관들이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과학기술계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우주항공청 출범에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