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모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신제품 맥주 ‘크러시(KRUSH)’ 띄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크러시를 선보이며 시장의 반응을 살핀 롯데칠성은 연초 제품군과 판매처를 확대하고 팝업스토어 운영을 시작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경쟁사들의 존재감이 워낙 뚜렷한데다 맥주시장도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인 만큼 시장 연착륙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전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2주간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에서 맥주 크러시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출시 100일을 맞아 문을 연 이번 팝업스토어는 '크러시 에비뉴(KRUSH Avenue)'라는 콘셉트로 정해진 길을 따라 체험존 사이를 이동하면서 크러시라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롯데칠성은 팝업스토어 외에도 지난해 출시와 함께 홍대 인근에서 운영을 시작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 총 10곳으로 늘리는 등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유통채널에도 빠르게 변화를 주고 있다. 크러시는 소주 '새로'가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유흥채널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는 점을 고려해 출시 당시 500㎖ 병 제품과 20L 용량의 생맥주 케그 등 두 가지 형태로 술집과 음식점 등 유흥채널을 중심으로 유통을 시작했다. 그러다 이달 들어 대형마트·편의점 등 가정채널을 대상으로 355㎖, 470㎖, 500㎖ 등 세 용량의 캔 제품을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을 추가했다.
롯데칠성이 연초 크러시 띄우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크러시의 성공이 맥주사업을 넘어 주류사업 전체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칠성의 주류 사업 매출은 8039억원으로 1년 전(7745억원)보다 몸집을 3.8% 불렸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69억원에서 336억원으로 9.0% 감소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칠성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주류 소비문화의 변화로 회식이나 송년회가 급감한데다 주정·맥아 등 원재료 부담이 더해진 점 등을 주류사업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평가했다.
회사 측이 밝힌 부정적인 대외 환경에도 감안하더라도 맥주사업의 부진은 유독 도드라졌고, 전체 주류 사업 부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칠성의 소주사업은 새로가 기세를 올리며 매출액 338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4% 증가하며 분전했지만 '클라우드'로 대표되는 맥주 카테고리의 매출은 1년 전(984억원)보다 18.0% 줄며 807억원에 그쳤다. 가정시장 내 점유율에서도 4.6%에 그쳐 오비맥주(46.8%)와 하이트진로(28.5%)는 물론 아사히주류(5.1%)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가 수도권을 넘어 지방상권까지 영업을 강화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롯데칠성의 주류사업이 매출 5.7%, 영업이익 19.0% 개선이라는 올해 자체 가이던스(전망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결국 크러시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초반 분위기는 11월 6억원, 12월 13억원, 1월 18억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매출액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여기에 캔 제품이 출시되면서 이달부터는 40억~50억원가량의 월매출이 기대된다.
아울러 충주 맥주공장이 설비 효율화를 통해 음료·소주까지 생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생산기지로 변경됐다는 점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러시에 대한 시장 반응은 상반기 내 구체화될 것”이라며 “시장에 연착륙이 이뤄질 경우 관련 사업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고, 영업실적에서도 의미 있는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맥주공장의 설비 효율화로 고정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수적인 국내 주류 시장에서 업계 3위 사업자가 새로운 브랜드로 기대만큼 성과를 내는 것이 녹록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기존 시장에 뿌리내리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두 주요 업체의 영향력이 압도적인데다 최근 주종 다양화 경향이 뚜렷해지며 맥주시장이 유흥과 가정 채널 할 것 없이 나란히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와 맥주에 있어서 국내 소비자들은 익숙한 것을 찾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며 “맥주시장 내 영향력과 점유율이 롯데칠성보다 큰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켈리'도 엄청난 마케팅 비용 집행에도 아쉬운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크러시가 일정 규모 이상 매대를 차지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