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세종=송승섭기자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후에 양육비를 회수하는 '양육비 대지급제'가 정치권 총선 공약으로 부상한 가운데, 실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다. 연평균 최대 9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3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양육비 대지급에 관한 특별법' 비용추계서를 살펴본 결과,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5년간(2024~2028년) 총 3832억6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으로는 766억4100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현행 제도인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지원 금액 월 20만원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추계했으며, 양육비 대지급 건수에 건별 지원단가를 곱해 산출했다. 양육비 대지급 건수는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최근 5년간 평균 미성년 한부모가구 비율을 적용해 추정한 값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지급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으며 최근 여성가족부도 올해 중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일 민주당에서도 양육비 국가 대지급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을 내놨다.
2021년 국회예산정책처는 '법안 비용추계 이해와 사례'에서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4602억9300만원, 연평균 920억59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행 긴급지원 제도가 중단될 것으로 가정했다는 점에서 대지급제의 기본 취지에 더 가깝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현재의 한부모 가구 수 등 수치를 반영해 대략적인 규모를 추계한 것"이라며 "지금보다 양육비 지원 단가가 높아질 경우 총금액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육비와 관련한 주관 부처인 여성가족부 역시 제도가 성공적으로 이행되려면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대지급제 자체는 정부가 현재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예산 편성에서도 총지출 증가율이 2.8%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도 대지급제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재정 사업은 중위소득 75% 기준으로 어려운 사람들 위주로 지급한다"며 "이렇게 연평균 나가는 돈이 16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한정된 재원 내에선 어려운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정부가 모든 사람의 양육비를 다 대신 지급해줄 순 없다"고 덧붙였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현행 한시적 긴급 지원 금액인 20만원을 유지하고 차액을 국가가 받아주는 방식 등 현실적인 방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중요한 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국가가 강하게 징수하겠다는 기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가부가 회수율 제고 방안을 마련한 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적용 방식을 두고 세부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행 지급 제도와는 차별화를 하되 비양육 부모에게 양육 책임을 강제하게끔 하는 '징수'가 핵심"이라며 "대지급의 기본 개념으로 갈지, 현행 한시적 지원을 확대할지 등의 구체적인 부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1시30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기발의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에 소위가 열리게 되면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이다.